• 구름이 산을 휘감고 있다. 산봉우리에 잠시 쉬고 있기도 하고 장난기 많은 구름은 여기저기로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있기도 하다.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산의 모습은 변한다.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쏜살같이 달리기도 갈고 산 위로 훨훨 날아오르기도 한다. 움직임에 전혀 장애가 없다.

    구름의 자유.

    그 것은 분명 자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깊은 골짜기로 한 순간에 내려가기도 하고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기도 한다. 나무 밑에 숨어서 주변을 살피고 있는 다람쥐와 친구하기도 하고 창공을 비행하고 있는 솔개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구름은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구름이 부럽다. 구름처럼 자유롭고 싶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그러나 나를 붙잡고 있는 굴레로 인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지난날로의 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 세월에 삭아진 몸과 마음을 화려하였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소용없는 줄은 알지만 열정이 넘쳐났던 과거의 추억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돌아다보면 모두가 꿈이었다. 세상을 가슴에 품고 멈추지 못하고 질주하였었다. 그 것이 모두 추억이 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활활 타올랐었다. 세월의 힘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아니 세월을 무시하였다. 아무 힘도 쓰지 못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것은 오산이었다. 시나브로 몸과 마음은 삭혀지고 있었다.

    추억은 모두가 다 내가 만든 것이었다. 세상을 호령하며 오만에 빠졌던 모습도 추억이 되었고 교만에 빠져 허우적대던 우스꽝스런 모습도 바로 나 자신의 얼굴이었다. 추억은 어리석음의 총체다. 거울 속에 비친 허상이 아니라 추억이라고 하는 창고에 하나도 변형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추억의 창고를 헤매게 되니 마음에 드는 것은 없다. 조금만 더 잘 할 것을 왜 그렇게 행동하였는지 아쉬움이 크다.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피워낸 꽃이 더욱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을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젊었을 때의 정열은 위안이 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회한만이 넘쳐난다. 

    구름이 말한다. 쌓여진 추억은 바꿀 수가 없지만 만들어가는 추억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오만과 아집으로 앞만 보고 달리게 되면 추억은 쌓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의 욕심을 채우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고 남을 먼저 배려하면서 살아가게 되면, 그 것은 바로 만들어가는 추억이 된다.

    깊은 골짜기 나무 아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다람쥐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만들어가는 추억이다. 작은 것이라 무시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것은 단지 쌓여지는 추억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열고 작은 것에 관심을 갖고 그들과 소통하게 되면 경이로운 세상에 들어설 수 있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서게 되면 만들어가는 추억은 시작이 된다. 구름이 자유롭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바로 만들어가는 추억임을 확인하게 된다. 추억은 나의 것이다.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다. 산을 휘감으며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는 구름을 보면서 멋진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