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는 기정사실이 됐다. 이제 작통권 환수 시기와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와 그 이후의 실무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다. 이로써 한미연합사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재배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대통령은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것은 바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해 온 작통권 환수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과 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국민 정서를 무마시키기 위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문제에 이상이 없다"는 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이는 노대통령의 국내정치용 '신안보장사'에 없어서는 안될 전제로서 노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두 가지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것이다. 결국 국가안보를 팔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지도자로서는 결코 가서는 안 될 길을 가고 만 것이다.

    이로써 작통권 환수에 따라 인류의 군사동맹 역사상 가장 확고하다는 한미동맹은 부시 대통령의 "이상 없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었고 국가안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작통권 환수는 단순한 한미 양국의 문제나 한반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정치지형과 군사역학을 뒤흔들 잠재적 요인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안보환경은 실로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대내외적인 위협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첫째는 북한의 공격위협에 대한 대응력의 약화이고, 둘째는 중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주변국가의 팽창에 대한 대응력의 약화이며, 셋째는 작통권 이양으로 '대북 군사행동의 자유'를 확보하게 된 미국에 대한 대응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북한의 도발과 같은 안보위협이 그것이다.

    첫째 북한의 공격위협에 벌거벗은 상태로 노출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의 약화는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주게 되어 북한의 위협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게다가 작통권 이양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 미국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주한미군의 타지역 배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미 소수의 지상병력과 공군만 남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주한미군의 철수가 가시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전쟁이 나는 경우 그 안에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작통권을 행사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자동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는 3000대의 최신 항공기, 5개의 항공모함 전단, 66만명의 미군 증원군도 보장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아온 결정적 보루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전쟁이 나면 미군의 자동 개입이 보장되는 것과는 달리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단지 "양국 헌법상의 절차를 밟아 행동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2006. 8. 19, 조선일보)

    역사가 증명해 주듯이 조약은 환경과 국가이익에 따라 얼마든지 파기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미군의 일부가 잔류하고 비상시에 추가 지원할 것을 '문서화'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다. 국제관계에서 약속은 종이조각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했고 동맹간 약속 가운데 겨우 4분의 1정도만 약속이 지켜졌을 뿐이다. 작통권 환수를 국가보안법 폐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과 함께 북한이 기를 쓰고 매달리는 속셈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연 노대통령의 작통권 환수는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 것인가?

    둘째, 주변국가의 과도한 팽창에 대한 대응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에서 한미동맹이 금이 가기 시작하자 그 틈새를 타고 일본과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확대 경쟁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일본은 독도문제와 역사문제를 끊임없이 야기하고 있고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과 북한 진출 등을 통해 역사문제를 넘어 영토야욕까지 노골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연 우리의 국방력만으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의 작통권 환수는 오히려 동북아에서 중국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일본을 통해 메우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략을 간파한 일본은 미일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작통권 이양을 한국의 내셔널리즘에 대한 징벌적 대응으로 치부하고 현재의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합친 기능을 일본에 둘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는 일본 전문가들의 평가가 귀를 때린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작통권 환수는 중국에게도 큰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최근에도 선양(沈陽)과 베이징(北京) 군구(軍區)를 중심으로 북한 유사시에 대비한 훈련을 한 바 있는(2006. 9. 11, 경향신문) 중국에게 작통권 환수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배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북한에 대한 개입과 역사왜곡 및 영토야욕에 대한 자극을 더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 유사시 중국의 북한 진군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상실하게 되었다.

    셋째, 작통권 환수 이전에 비해 자유로워진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도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작통권 이양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대북 군사행동의 자유'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로써 미국은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군사행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조영길 전 국방장관의 말대로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전쟁이 난다면 교전 당사자가 아닌 제3국 입장으로 전락해 버린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북한에 대한 군사제재를 결정했던 미국이 작통권 공동행사자인 한국의 반대로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을 단행하지 못했던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바로 작통권을 공유한 한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북한 공격시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보복공격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재 북한의 장사정포 250문이 서울을 사정권에 두고 있고 북한군 120만명 중 70% 이상이 평양∼원산 이남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스란히 피해를 당해야만 하는 우리 국민은 무슨 죄인가?

    이상에서 보듯이 작통권 환수로 인해 우리가 당면하게 될 안보위협은 실로 심각하다. 노대통령이 정상적인 지도자로서 작통권 환수로 인해 당면하게 될 안보위협을 예상했다면 결코 이러한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떠한 자주나 자존심도 그리고 민족 공조도 우리의 생존을 보장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일은 이미 저질러졌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최고의 수확을 거둔 회담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노대통령이 귀국하게 되면 그의 현란한 '신안보장사' 행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이제 10월 워싱턴에서 열릴 SCM을 앞두고 국방부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의 광범위한 반발을 감안하여 작통권 이양 원칙에만 합의하고 시기 합의에는 실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후유증이 적은 해결방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도자가 어리석거나 꼼수를 부린다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군인들만이라도 제정신을 차려주기 바란다. 비정상적인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군인보다는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으로서 협상에 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이는 가능성 없는 희망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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