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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상사화

입력 2006-09-15 11:58 수정 2006-09-15 12:09

마음을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신체적인 만족을 주는 욕구도 있고 정신적인 즐거움을 주는 요소들이 있다. 그 종류를 열거해보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수하게 많다. 마슬로우는 이런 요소들이 단계별로 이루어진다고 보아 5 단계 설을 주장하기도 하였다.(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인 욕구, 자기만조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것들이 작용함으로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으로 반응하게 되고 울고 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것 중에서 중요한 것을 고르라고 하면 그 것은 어리석은 요구이다. 그 경중을 따지기에는 그 기준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용하는 기능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가 없다고 하지 않은가. 가치의 우열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있다.

사랑

살아가면서 사랑만큼 위대한 감정은 없다.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사랑의 힘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고 위대한 성취를 할 수 있다. 사랑의 힘이 없다면 세상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랑은 열정이고 정열이다. 그 힘의 크기는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어느 때는 폭풍보다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은은한 여운으로 온화하고 따뜻하게 온 누리를 안아주기도 한다.

사랑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더욱 더 미로다. 프롬은 사랑의 근원은 하나님의 분여라고 하였지만, 이 또한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왜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다. 사랑은 계산이 아니다. 사랑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욕망과는 분명히 다르다. 욕구는 계산이 앞서게 되고 이해득실을 따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지 않다.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뻐지고 행복해진다는 사실만을 인식할 뿐이다. 거기에는 산술적인 이익은 조금도 작용하지 않는다.

사랑을 하게 되면 이익을 얻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여 더 고통스러워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자신이 손해를 볼 때 즐거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웃게 하기 위하여 아까울 것이 없게 된다. 그런데 거기에서 뭔가를 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어야 한다. 주어도 조금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이 주어야 즐거워진다. 아니 아예 몽땅 다 주어버리게 되면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즐거움도 주지만 반대로 고통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을 때에는 마음이 흐뭇해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되면 지옥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면 참을 수 없는 아픔이지만, 반대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 또한 지옥이 된다. 사랑은 정말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웃게 만들기도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락의 끝으로 추락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는 어찌 보면 사랑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을 싹 틔우고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집합이 바로 역사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완성을 위하여 모든 힘을 다 모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그 어떤 사람이든 모두 다 같다. 얼굴이 달라도 사랑은 같고 국가와 종교가 달라도 사랑은 같다.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고, 사랑으로 고통 받으며, 사랑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모두가 다 같다. 사랑은 그래서 위대하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으로 인한 성취의 힘도 크지만 이에 못지않게 작용되지 않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사랑은 언제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싹을 틔었다고 하여 모두 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루어지는 사랑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더 많다.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첫사랑은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지 않은가. 뿌리를 내린 사랑 모두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더 많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게 된다. 순탄하게 이루어진 사랑보다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 사랑이 눈이 부시고, 아예 이루지 못한 아픈 사랑이 가슴에 더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황진이를 사랑한 총각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여왕을 사랑한 사노의 이야기 그리고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이었던 수로에게 바친 헌화가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다. 신분의 차이로 또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아픔이 마음에 공명되어 전해지는 까닭은 그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이 권력을 극복하고 동감할 수 있단 말인가.

이루지 못한 사랑은 애달프다. 뼈 속까지 에이는 고통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듣는 이의 마음에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저미는 고통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그 것이 얼마나 크고 극복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실연의 터널을 통과한 사람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실연의 슬픔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도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고 합리성을 따질 수 없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꽃을 상사화라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함으로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상사병이라고 한다. 실연의 아픔이 얼마나 크면 죽음에 이를 수 있겠는가. 실연은 그런 것이다. 밥을 먹어도 밥맛을 알 수가 없고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는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바라보고 있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아프면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을 느끼겠는가. 살아 있어도 죽어 있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실연의 고통이다.

상사화에는 여러 종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사화와 석산(꽃무릇)이 있다. 이 외에도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꽃이 있겠지만,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꽃으로는 이 두 가지가 많이 알려져 있다. 상사화에도 색깔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사람들은 대개 석산을 상사화로 알고 있다. 그러나 상사화는 석산보다 보름 정도 먼저 피고 꽃의 모양도 다를 뿐만 아니라 색깔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석산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은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사와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다. 빨간 꽃이 산에 활짝 피어나면 그곳은 바로 별천지가 된다. 화왕계의 모습이 바로 이렇게 생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곳에 서 있으면 나 또한 한 송이의 꽃이 되어 우뚝해진다. 꽃대가 우뚝 솟아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극락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환상적인 체험

그렇다. 석산의 화려한 꽃 세상에 들어서게 되면 글자 그대로 환상적인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 영관 불갑사의 꽃무릇 축제는 9월 16일과 17 일 양 일간에 펼쳐진다. 선운사의 석산 축제는 수산물 축제 중의 한 행사로 9월 말 사나흘을 기간으로 펼쳐진다. 가을 여행으로는 이보단 좋은 곳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빨간 열정의 사랑의 꽃향기에 젖어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추억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흘러가는 무심한 세월 앞에서 변해가는 얼굴을 바라보면서 첫사랑의 아픔을 되살려보는 일은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온통 빨간 꽃으로 화려한 세상은 희미해져가는 옛사랑을 선명하게 되살려 줄 것이 분명하다.

꽃무릇

타오르는 빨간 열정
아름다운 사랑이여

흔들리는 바람 소리
신기루 된 님이여 !

지옥 불 타 올라가도
변치 않는 한 마음

사랑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을 하자. 아니 먼저 첫사랑을 떠올리자. 일상에 놓아버린 아름다운 사랑을 되살려내자. 가슴 설레는 기쁨이 기다린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행복하게 해준다. 이런 마음으로 전북 고창의 선운사를 찾는다면 사랑의 꽃에 푹 젖어들 수 있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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