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정기국회가 개회됐으나 정치권의 이목은 오히려 국회 밖으로 쏠리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민심 탐방’ 행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초들과의 접촉을 넓히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일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선을 1년 4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조기에 과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친박 vs 친이 공방인 '된장녀' '노가다'의 원색 온라인 비방전과 대구·경북 지역 방문으로 ‘박정희 이미지’선점을 위한 신경전도 따지고 보면 대권 레이스의 본격화에 따른 부산물이다. 한나라당에는 원래 대선주자들이 4명 있었으나 지난 7·11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자리를 바꾼 강재섭을 제외하면 현재 거론되는 후보는 박근혜·이명박·손학규 3명이다.

    지난 9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이회창, 이한동, 이인제, 김덕용, 이수성, 박찬종, 최병렬, 서청원 8명이 경쟁했다. 1강(이회창) 2중(이한동, 이인제) 5약 구도였다. 결선투표에 나선 이인제의 경선불복으로 김대중 친북정권의 길을 열어줬다.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이회창, 최병렬, 이부영, 이상희 4명이 경쟁했다. 1강(이회창) 3약 구도였다. ‘이회창 대세론’으로 줄을 세운 무늬만 경선인 맥빠진 경선이였다. 후보 자신의 결함으로 무능한 좌파정권의 출범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는 이렇게 잘못된 대선후보 경선구도가 잉태한 면이 크다.

    그렇다면 친북좌파정권 10년을 청산하고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올바른 경선구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부분 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고 세 후보의 분발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강재섭 대표와 손학규 전 지사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미래와 성패는 이 두 사람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언론들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구도를 박근혜·이명박 양강구도로 몰고가서 문제이다. 심지어 어떤 언론은 “박근혜 - 이명박 공동정권 약속해야”라며 대선후보 구도를 인위적으로 재단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나라당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위험한 당원이란, 그가 탈당하면 당 전체가 와해(瓦解)되는 것 같은 사람이다”라고 갈파 한 F.W. 니체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양자대결 보다는 3자 정립(鼎立) 구도가 바람직

    “당내 대선 후보들의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부터 해도 충분하고, 올해는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강재섭 대표의 발언이 설득력을 가진다. 양자 대결구도는 포지티브 보다는 네거티브전이 되기 쉽고 조기 경쟁에서 밀린 어느 한 후보가 당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박근혜, 노무현-이명박 연대’와 같은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것도 이런 과열에서 오는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분열의 소지가 큰 양자대결 보다는 흥행이 잘 될 수 있는 ‘3자 정립(鼎立) 구도’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원래 정립(鼎立)은 ‘세 발 솥처럼 셋이 벌여 서서 대립함’을 의미하며, 어느 한 쪽이 기울면 솥이 넘어지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 전 지사의 국민지지도가 현재의 4-5% 대에서 두 자리 숫자로 올라가야 한다.

    공교롭게도 손 전 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이 끝나는 10월 7일 경은 강재섭 대표의 취임 90일 쯤이 되는 시점이다.

    취임 2달을 보내고 있는 강 대표는 그동안 ‘대선 경선 공정 관리’를 위해 대선 후보 지지자 간 온라인 전쟁에 대한 강력 대처와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 불개입을 천명했다. ‘당 내부 개혁’을 위해 참정치운동본부를 발족하고 평일 골프 금지 등 당 윤리 강령을 마련했다. ‘당 외연 확대’를 위해 뉴라이트 인사를 영입하고 민주당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손 전 지사도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바람이 불고 있어 희망의 싹이 보인다. 시사저널이 최근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 3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25.3%로 이명박 전 시장(21.3%)과 박 전 대표(12.6%)를 누르고 차기 대통령감 1위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신문이 8월말 중소기업 관련인 12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40.4%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유력 대선주자가 아니라는 점과 정치자금을 대체할 만한 당내 시스템이 없다는 점에서 리더십 발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 대표와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낮은 지지율로 처절하게 민생탐방을 계속하고 있는 손 전 지사는 어쩌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입장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두 정치 지도자의 굳건한 자리매김에서 한나라당의 정권탈환이 시작되지 않을까.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