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24일로 한중수교가 14주년을 맞았다. 1990년 10월에 양국 간에 상호 무역대표부가 설치되었고 이어 1992년 8월 24일에 양국은 공식적으로 수교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은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한중수교가 갖는 정치적 효과를 크게 기대하던 시기였고, 중국은 1989년 6월의 천안문사태로 인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중수교가 시급히 필요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양국은 중국의 한국동란 참전 문제, 북한 문제, 대만 문제 등과 같은 40여 년 동안의 단절과 대립으로 인한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양해와 정리 그리고 향후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질서 변화에 대한 양국의 역할과 협력 등에 대한 상호 이해와 협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서둘러 수교에 합의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수교 후 1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는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그 결과 정치적으로 양국관계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되게 되었다. 또한 경제적으로 중국은 교역면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대상국이자 투자면에서 두 번째 투자대상국이 되었고, 역으로 우리나라는 교역면에서 중국의 세 번째 교역대상국이 되었다. 중국의 전문가들이 "50여 년 중국 외교역사상 한중관계처럼 빠른 발전을 보인 전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한중관계는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향후에도 한중관계는 양국 정부 및 국민의 의지에 따라 더욱 빠르게 발전될 것이다. 그러나 한중관계는 이제까지의 전례 없이 빠른 관계 발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더욱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간과해서는 안될 몇 가지 과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수교 직후인 1990년대 전반은 중국에게는 한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시기였다. 즉 미중관계가 급속히 악화되고 핵협상을 계기로 북미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던 상황에서 중국은 수세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증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중국은 1994년 11월 이붕 총리의 방한, 1995년 4월 교석 전인대(全人大) 상무위원장의 방한, 1995년 11월 강택민 국가주석의 방한과 같은 전례 없던 권력 서열 1, 2, 3위 인사들의 연이은 방한을 단행하였다.

    이 시기가 바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외교역량이 가장 고조되었던 시기였으나 당시 우리나라 지도부의 안일한 상황 판단에 따라 이 시기를 활용하여 중국과 바람직한 21세기 한중관계의 설정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후 외환위기에 따른 정권교체와 진보정권의 계속된 친중(親中)정책이라는 국내의 요인, 급속한 경제발전과 천안문사태로 인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난 중국의 요인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외교입지는 점차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에 대한 이해와 역할 측면에서 양국 간에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고 있는 중국의 팽창적 외교전략에 기인한다. 그 핵심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인식 문제이다. 특히 양국 간에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동북아와 중국에 대한 통일한국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토론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먼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역할 문제와 관련하여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05년 8월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지도자들에게 언급했다고 밝혔던 "중국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고 있으며 한반도가 미국에도 호의적이고 중국에도 호의적이 될 수 있도록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라고 권유했다"(2006. 4. 28, 조선일보)는 발언대로,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있어 중재자(mediator) 역할에서 참여자(participant) 역할로 바꾼다면 우리에게 어떤 현실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또한 동북아와 중국에 대한 통일한국의 위상과 역할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은 이미 한반도 통일 이후를 대비하여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주도, 동북공정(東北工程), 북한 진출과 같은 한반도에 대한 공세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통일은 소수민족 문제, 간도(間道)를 포함한 영토 문제, 대미전략 문제 등과 같은 사활적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는 바로 한반도 통일이 향후 양국간 심각한 마찰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원만한 이해 속에서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통일에 대한 중국의 역할, 통일한국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 사이에 심도 있는 토론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양국이 21세기의 공동번영을 위한 더욱 긴밀한 정치, 안보 파트너로 가까워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선결과제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중국의 일방적이고 공세적인 한반도 전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친중(親中)정책이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우리나라는 중국의 먹기 좋은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따라서 양국은 이제까지 한중관계의 피상적인 발전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향후 바람직한 한중관계의 발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연구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설사 잠시 동안의 충돌과 갈등이 있더라고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상호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는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과 같은 편향적인 반미친중(反美親中) 전략으로는 중국을 우리의 진정한 동반자로 포용할 수 없고 더욱이 우리의 국가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중관계를 이끌어 나갈 수도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