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의 운명과 강재섭식 정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취임 40일이 지났다. 1988년 13대 국회에 등원, 4전 5기 끝에 제 1야당의 당수가 된 5선 의원의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동안 대선주자 대리전, 도로 민정당, 영남당이라는 언론의 우려와 당내 반대파들의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18년의 정치 행로에 비추어 볼 때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는 대표 적임자라는 세간의 평가가 그에게 힘이 될 것이다.

    지난 40일간의 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정국 주도 능력 미흡과 현안 대응력 부재를 질타하는 경고음도 들린다. 그러나 7.11 전당대회 이후의 당의 정비와 연이어 터진 수해골프 징계, 호남 비하 광명시장 출당조치 등으로 당이 바람잘 날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 쇄신 운동의 일환으로 ‘참정치 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중소기업 살리기 △자영업자 및 봉급생활자 살리기 △청년실업자 취업문제를 ‘민생경제 3대분야’로 설정하고 8월 한 달을 민생탐방에 주력하고 있다. 그 성과가 주목된다. 

    강재섭호(號)가 코리아의 운명을 정한다

    특히 호남 광역 단체장과의 당정회의를 개최한 것은 신선한 시도이며, 취임 한 달 만에 3번이나 호남을 방문, 당 차원에서 호남에 사과하고 껴안기를 시도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민주당의 ‘동진정책’과 마찬가지로 정치발전을 위한 진일보한 시도라 하겠다. 걸핏하면 영남을 찾았던 이회창 전총재의 시각과는 딴 판이라는 평가이다. 

    강재섭 한나라당호(號) 출범에 대한 평가는 환갑을 맞이한 한국 정치사의 연장선에서 코리아의 운명과 한국사회의 미래와 결부시켜 봐야 한다. 

    과거 1960~1970년대의 ‘산업화’, 1980~1990년대의 ‘민주화’ 과정을 거쳐 좌파정권 10년의 ‘후퇴기’를 극복하고 ‘선진화’로 연착륙시키는 사명이 강재섭호(號)의 시대적 역할이다.

    한국 사회는 김대중·노무현 좌파정권의 출범 8년 반 동안 사회주의화(socialized)의 길을 걸어왔다. 자주의 이름으로, 형평의 이름으로, 개혁의 이름으로 ‘경제의 정치화(the politicalization of economy)’현상을 지속시켜 왔다. 

    경제원리·시장논리보다는 정치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는 시스템 곳곳의 사회주의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조국을 고뇌 없이 좌향좌로 체제를 변질시켜 나간다면 향후 5년 내에 우리는 ‘번영의 길’에서 ‘예종(隸從)의 길’로 들어설 것이 명화관화(明若觀火)하다.

    한국이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주의의 길을 향해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작은 정부·감세정책·법의 지배·규제완화·민영화 등으로 대표되는 우파정책들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 혹자는 이러한 정책들은 2008년 새 정권이 출범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머뭇거리기에는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 코리아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위태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무능한 좌파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하나 둘씩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거기서 한나라당의 미래와 강재섭호(號)의 시대적인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외부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당 내부에 있다. 전시(戰時)에 가장 나쁜 것은 적전분열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개인의 정치적 입지 구축을 위한 당 지도부 흔들기, 내부 편 가르기, 상대 헐뜯기, 대선 주자들의 얄팍한 경쟁은 당의 구심력 확보를 위해 자제되어야 한다. ‘당 따로 후보 따로’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 주어서는 안된다. 대선 주자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당과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정권교체도 가능할 것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약무호남(若無湖南)이면 시무국가(是無國家)”라 했다. 당이 없으면 대선 후보도 없는 것이다. 미래는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한나라당을 살린다

    강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영광의 대표로 남겠지만, 패배하면 비운의 대표로 전락할 것이다. 정권탈환을 위해서 ‘솔로몬의 지혜’와 ‘통합과 조정’의 정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먼저 범보수 연합을 통한 당의 외연확대와 정체성 강화라는 상반된 가치를 지혜롭게 조정해서 확실한 집권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나아가 호남과 충청을 끌어안는 ‘지역통합’, 중도성향을 아우르는 ‘이념통합’, 20·30대와 함께 갈 수 있는 ‘세대통합’을 통해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올바른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또한 빈곤·소외 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의제설정’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취임 40일을 맞은 강재섭호(號)의 앞날이 험난하다. 넘어야 할 산, 건너야 할 강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의 분열 방지와 결집을 위한 공정한 후보경선관리 △좌파정권 장기집권을 위한 야당분열 공작에 맞서는 투쟁 △예상되는 지자체 당선자들에 대한 무차별 사법처리에 대한 대응 △총풍·병풍·세풍과 같은 후보 인신공세 등이 강 대표의 정치력을 시험할 것이다. 

    강 대표는 ‘큰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가려 받지 않는다’ - ‘대해불택세류’(大海不擇細流)라는 좌우명에 걸맞게 한나라당을 ‘바다 같은’ 정당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하고 2년 임기를 다 채운 대표가 한 명도 없었다. ‘통 큰 정치’ ‘강재섭식’ 정치가 순풍에 돛을 달지, 아니면 역풍에 휘말릴지 지켜보겠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