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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일자 오피니언면에 전교조 2대 참교육실천위원장을 지낸 이인규 서울미술고 교감이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교조가 이번 교육위원 선거에서 참패를 했다. 2002년 선거에서 35명이 출마해서 24명을 당선시켰던 전교조가 이번 선거에서는 41명 출마해서 14명만 당선시켰다.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고, 선거권자들의 결집력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거판에서 이 정도의 성적은 매우 부진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갈수록 전교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줄고 있어 충분히 예상한 것이지만, 이 기회에 결과를 놓고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혹자는 전교조가 후보를 내어 심판을 받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위원 선거 결과를 놓고 전교조에 책임을 묻거나 전교조에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교조가 교육운동 단체이든 아니면 순수한 노동조합이든 이를 둘러싼 국민들의 기대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겸허한 반성을 하는 것은 전교조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백번 옳은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가 참패한 이유는 편협한 이념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내부 헤게모니를 장악한 소수 활동가에 대한 외부의 엄정한 심판이다. 현재의 집행부는 어떤 교육이 아동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고, 무엇이 국민 이해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폭넓은 시각보다는 오직 경쟁은 나쁘고 협동은 좋다는 가치기준으로 우리 교육을 바라본다. 수준별 이동수업이나 방과후 학교도 경쟁을 조장하니 나쁘고, 교사들의 성과급이나 교원평가도 경쟁 요소이니 도입해선 안 되며, 교육 개방도 경쟁을 심화시키니 나쁘다는 식이다. 북한에 대한 지도부들의 잘못된 선망도 이러한 잘못된 식의 뿌리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편협한 이념은 관료주의적 학교에 대한 개혁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압력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는 틀이 되고 있다. 현재의 집행부는 이 점을 이용하여 내부 선거에서 승리하여 내부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외부로부터 지지를 받는 데 실패한 셈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공교육을 정글과 같은 경쟁 상태로 몰아넣으려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경쟁과 어느 정도의 협동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절충 지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며, 실험 결과 성공 경험을 확대함으로써 학교교육의 만족도를 높이려 하는 것이다. 반면에 전교조 집행부는 그것이 경쟁 요소를 도입하는 한 어떠한 실험도 용납하고 있지 않은 점에서 편협하며, 이 때문에 이번에 엄정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것은 일부 학부모 단체 지도자들이 전교조 후보로 출마하여 실패한 것이다. 학부모 단체는 학부모 의사를 조직화함으로써 대표성을 가져야지 교사운동의 외곽단체로서 주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학부모 단체들은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국민적 이해라는 큰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전교조의 참패는 결과적으로 교육위원회의 보수화를 초래하고 있다. 교육위원회가 교육장이나 학교장 등 대표성과 거리가 먼 인사들로 채워질 전망이 크다. 이의 결과는 또 하나의 불균형이나 정체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안타깝다. 전교조 출신이든 교총 출신이든 전직 관료이든 소속 집단의 이념이나 교육계의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표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또 다른 심판이 기다린다는 점을 유념하여 교육혁신에 매진하여 줄 것을 주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