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역대 국방부 장관 13명이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작통권 환수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정보전력의 확보가 요원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대북제재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선 이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불투명한 현 안보정세를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고언(苦言)이다.

    이 정권은 임기 초부터 마치 작통권만 환수하면 '자주군대'가 되는 것처럼 밀어붙였다. '한국군이 군사능력을 제대로 갖춘 후에나 가능하다'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우려나 정부 일각의 견해는 일소에 부쳤다. "2003년 청와대에서 환수 추진파와 격론을 벌였다. 당시 국방부도 조기 환수 공론화에 부정적이었다"는 김희상 초대 청와대 안보보좌관의 증언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 정부는 작통권 환수에 따른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 없이 '몇 년 내 환수'만 외쳐댔다. '자주'라는 허황된 이념에 도취된 졸속추진이었다.

    작통권 환수는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환수에 따른 대비책을 명실상부하게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찰위성, 조기경보체계, 대공 요격시스템의 명확한 확보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차기 유도무기 도입은 지난해 착수키로 했으나 예산 삭감으로 무산됐다. 공중조기경보기 도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데도 국방부 장관은 "앞으로 5년 후엔 어느 정도 확보될 것"이라는 공허한 얘기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집권당의 한 의원이 국회에서 "나라 안보가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책 없는 작통권 환수'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청와대 눈치 때문에 이 나라 안보를 더 이상 위태롭게 몰아가지 말라. 장관 자리는 잠시이고 나라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안보는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