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홍정기 논설실장이 쓴 시론 '조순형의 공약 10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헌법 두어 조항을 적시하고 그 준수를 제1, 제2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어떨까. ‘돌아온 조순형’이 그랬다. 서울 성북구선거관리위원회가 관내 각 가정에 우송한 7·26 보궐선거 투표안내문·선거공보를 흩고 펴고 골라읽다보면 그의 선거공보 제11페이지가 이채롭다. 맨끝 ‘미스터 쓴소리’까지 읽다말고 앞 페이지를 되훑으면 그 쓴소리 자랑이 두어 군데 더 나온다. 염량세태의 쓴맛까지 자부심으로 바뀐 것 같다. 그러다가 아차, 조순형이 이젠 ‘미스터 탄핵’이지 싶어 다시 선거공보를 샅샅이 뒤져 ‘탄,핵’ 두 음절을 찾다보면 또 쓰게 웃게 된다. ‘탄’자도 안나온다.

    쓴소리 공약 1에서 10까지 장단을 맞춰본다.

    1.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국회의원의 직무를 수행하겠습니다(헌법 제46조 2항) = 헌법 그 조항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이니, 공약 제1장 작성하기가 그리 쉬울 수 없었으리라. 제46조 1항은 어쩌고 2항부터 짚느냐고 조급해할 것도 아니다. 공약 제2장이 그거니까.

    2. 청렴의 의무를 수행하겠습니다(헌법 제46조 1항) =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는 명문을 이렇게 바꾼 것이다. 왜 제46조 1, 2항 순서를 바꿔 공약 제1, 2장으로 돌려앉혔을까…어쨌든 어떠랴. 국회의원 아니라도 헌법을 지키겠다는데 누가 가타부타하랴. 그런데 국회의원이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른 징계를 받게 해야 하고, 징계의 종류 중 가장 무거운 것이 제명이다. 제명되면 그로 인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로 나설 수 없으니 곧 ‘국회의원 탄핵’이다. 탄핵, 그렇다. 조순형은 당선 제1성도 그랬지만 앞서 정계복귀 제1성 역시 탄핵 얘기였다. 6월7일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에 5·31 지방선거의 열린우리당 참패를 민심의 심판이 아니라 민심의 노무현 정권 탄핵이라고 잘라말했다. 2004년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 탄핵을 기각한 직후에도 노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거듭 강조한 그답자면 ‘의원 탄핵’을 자계할 만도 하다.

    3. 국회의원 윤리강령,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준수하고 실천하겠습니다 = 노 대통령에게 늘 헌법으로 들이대왔으니 하위규범 강령이야 더 말할 나위 없다.

    4. 파탄 직전의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 지역구에 오래 걸어둔 플래카드도 ‘대한민국 살릴 사람’이라고 했다.

    5. 뉴타운 개발, 자립형 사립고 유치, 동북부 연결 교통네트워크 등 지역 현안에 대해서 구청장, 서울시 의원, 구의원 등과 협력하여 쾌적하고 살기좋은 성북을 건설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1981년 제11대 총선 때 그를 국회에 보내준 성북 주민이니 오죽하랴. 다만, 국회의원이 지역주민 대표이기에 앞서 국민의 대표라는 게 원론이라 싶지만 그렇다고 고개저을 공약도 아니긴 아니다.

    6. 대통령과 정부의 독선, 독주, 오만을 강력히 비판, 견제하겠습니다 = 아무렴, 국회의원의 본업이다.

    7. 언론관계법, 사학법, 과거사법 등 위헌성 법률을 재개정하는 입법부의 입법권 남용을 막겠습니다 = 자칫 잘못 끊어읽어 신문법·사학법·과거사법을 재개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려고 말을 그리 비틀었을까. 당선 익일인 7월27일, 2년 만의 국회 출근길에 나서면서 한 말로 제7장을 고쳐써야 할 것 같다 - “사학법·신문법·과거사법 같은 엉터리 법이 거침없이 통과되고 있기 때문에 법사위를 지망한다.”

    8. 대한민국의 정체성, 역사적 정통성을 신명을 바쳐 수호하겠습니다 = ‘적화’는 진작 됐는데 ‘통일’은 언제 되느냐고들 하잖는가.

    9. 헌법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및 법치주의를 지키겠습니다 = 암만, 그게 곧 헌법이다.

    10. 흔들리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히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 권컨대, 한미FTA를 위해서도.

    또 되짚어 7월25일, 그러니까 선거일 전야 그의 플래카드는 달라져 있었다 - ‘온 국민이 성북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 화법을 그대로 빌려 ‘공약10장 이후’를 줄여본다 - ‘온 국민이 성북의 선택 그 잘잘못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