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물급 중진들을 비롯해 초·재선 의원들까지 본격적으로 7월에 있을 한나라당 당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재섭 전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간의 신경전도 점차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이 원내대표는 23일 '범(汎)우파연합(범보수대연합)'이란 깜짝 카드를 던졌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되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뉴라이트를 아우르는 '범우파연합'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인 대선 후보 경선관리는 이후 구성될 '경선관리위원회'에 맡기겠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차기 대선 주자들과의 관계에서 최대한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당 일각에선 '이 원내대표가 '친(親)이명박 반(反)박근혜'란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속의원 중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롭게 선출될 당 대표의 가장 큰 요건으로 특정 차기 대선 후보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 원내대표의 친이-반박이란 기존 이미지의 불식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소장파를 비롯 당내 초·재선 의원들이 전당대회를 겨냥해 '미래모임'이란 한시적 모임을 만들어 독자단일후보를 내세우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선방식이 1인2표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역시 나머지 한표는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원내대표는 이들의 무시 못할 표 흡수를 위해 '범보수연합'이란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경쟁자인 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성격도 짙다. 강 전 원내대표가 자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이미지를 갖고있고 당의 텃밭인 영남에 비교적 튼튼한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대선후보 경선관리를 당내 구성될 '경선관리위원회'에 일임하겠다는 주장도 다분히 강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이 원내대표가 당권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자 강 전 원내대표도 대승적 차원에서 당권으로 방향을 선회한 점을 부각시키며 맞불을 놨다. 강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결과를 지켜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조약돌을 하나하나 쌓는 심정으로 역사의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말했다.

    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이 원내대표를 겨냥 "공정하게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특정주자와 가까운 대표로는 안된다"며 "그러면 당이 깨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 전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주장한 '범보수연합' 발언에 대해 "용어를 그렇게 사용하지 않았을 뿐 범보수연합은 내가 먼저 한 얘기"라고 말하며 이 원내대표의 주장이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