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부터 시작되는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첨예한 대립이 또다시 예고되고 있다. 작년 말 열린우리당 주도로 직권상정 처리된 사학법에 대한 재개정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는 벌써부터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이념이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현 상황을 우려하는 사학인들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대구 지역의 50여개 사립 초·중·고등학교 사학인들이 열린당 소속 의원들에게 개정 사학법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17일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실었다. 사단법인 한국 사립 초·중·고등학교 법인연합회 수석 부회장이자, 연합회 대구광역시회를 맡고 있는 권희태(75·사진) 회장을 만나봤다.

    일흔이 훨씬 넘은 권 회장은 이날 인터뷰를 “작년 말 열린당 주도로 강행처리 된 사학법을 보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비애와 통탄, 환멸을 느꼈다”는 말로 운을 떼면서 시작했다. 그는 “신문 광고에 실린 깨알만한 글씨를 그 어느 누가 읽겠느냐만은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이념과 우리 사학인들의 자긍심 회복을 위해선 모든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청원서를 실은 배경부터 설명했다.

    지난 57년 교육계에 첫 발을 들어놓은 이후 50여년간을 교육계에 투신해왔는데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사학교육 이념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파적 논리만 보인다는 한탄이 이어졌다. 그는 “사학법은 핵심은 백년대계를 위한 사학교육의 이념을 세우고 국가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데…”라고 씁쓸한 입맛을 다시면서 “작년 말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 과연 그가 법안을 한번이라도 읽어봤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개방형 이사제’의 제도적 의무화라든가, ‘이사장의 친족은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는 규정, 그리고 ‘분규가 일어난 학교에는 즉각 관할청에서 임시 이사진을 파견한다’는 등의 숱한 조항이 ‘몰상식적’이고 ‘독소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일절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된 만큼 반드시 재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회장은 이어 참여정부와 열린당이 사학을 마치 ‘잠재적 범죄집단’ ‘족벌 마피아’ 등으로 지극히 적대적으로 왜곡해서 보고 있는 데 대해서도 “허탈과 비애를 감출 수가 없다”면서 “교육만큼은 아니, 적어도 교육만이라도 이념과 정파 문제로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며 간절히 ‘애원’(?)했다. 

    그는 “자신들이 그토록 경멸해온 ‘마녀사냥’을, 이제는 자신들 스스로가 ‘마녀사냥’을 통해 우리를 압살하고 있다는 것을 왜 한번이라도 생각하지 않느냐”며 “그토록 증오하던 것이 '색깔론‘이건만 왜 선량한 사학인들에게 ’구제불능의 수구적 기득권 집단‘이라는 색깔로 채색하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권 회장은 그러면서 “독선적 일방주의를 버리고 서로를 건전한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하며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더욱 튼실하게 만드는 데 지금부터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 경상고 교장을 겸하고 있는 권 회장은 다시 한번 사학법이 담아내야 할 가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훌륭한 인재를 키워 국가를 발전시키고 빛나는 조국을 만들 수 있을까를 담아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반전․평화 교육을 한다면서 친북교육, 미국에 반대하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이 이념적으로 정파적으로 절대 편향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 회장은 이와 맞물려 작년 말 직권상정 처리된 사학법에 대해서도 “한 나라의 교육은 미래를 좌우하는, 말 그대로 백년대계”라면서 “교육의 방향성을 국민적 합의와 진지한 성찰 없이 현실정치의 차원에서 직권 상정을 통해 결정해버린 것은 중대한 과오가 아닐 수 없다”고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의 재심의를 재차 요구했다. 권 회장은 “교육이 결코 정파간 헤게모니 투쟁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며 거듭 집권 여당과 참여정부에 ‘충고’(?)했다.

    <>권희태 회장은…

    ▲32년. 경북 예천생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일본동경대학 대학원 ▲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학교법인 경희교육재단(경상여고·경상고) 설립자 ▲학교법인 남산학원(상주공고·남산중)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 사립 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부회장(현) ▲사단법인 한국 사립 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대구광역시회 회장(현) ▲한국지역사회교육 대구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