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의원 후보 상당수가 외국어고 또는 과학고 유치 공약을 내걸었다. 질 높은 교육에 대한 지역 주민의 수요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어제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어고는 평준화 틀을 흔들고 중학생을 입시지옥으로 내몰 수 있어 더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29개 외국어고의 입학정원은 8200명으로 전체 고교 입학생 61만 명의 1.3%에 불과하다. 외국어고가 좀 더 늘어나더라도 평준화의 큰 틀은 유지할 수 있다. 또 중학생들은 좋은 고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이런 것까지 막는 교육정책이 21세기 선진국을 지향하는 정책인가.

    김 부총리는 국제중학교 설립도 반대했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사교육이 생겨난다는 이유에서다. 영어는 국제화 시대의 미래 세대 생존 전략이다. 학부모들은 외국어 공부를 시키기 위해 자녀를 외국 학교로 데리고 나가기까지 한다. 국제중 설립을 막으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는 빠져나가고 기러기 아빠만 늘어난다.

    김 부총리의 딸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 딸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하버드대 MBA 학생 대표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영어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교육부총리가 딸은 유학 보내 국제화 첨단교육을 받게 하면서 국내에서는 국제중과 외국어고 설립마저 막는 것이 옳은 처사인가.

    더구나 국제중 설립 인가는 교육청 소관이어서 김 부총리의 발언은 교육자치를 침해하는 월권이다. 그는 사교육비 타령을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강의가 확산되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줄고 있다.

    이익집단으로 변질돼 교원평가도 못 받겠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있다. 이에 단호히 맞서야 할 교육부총리가 거꾸로 그 심부름을 해주는 판이다. 미래 세대의 교육을 책임진 사람이 편향된 이념과 우물 안 개구리 식 주장에 끌려 다니는 바람에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이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