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배경으로 북한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한 뮤지컬 ‘요덕스토리’(연출 정성산, 제작 극단 빅디퍼)가 연장공연까지 갖는 등 반향을 일으키자 침묵을 지키던 정부가 경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종렬 통일외교통상부 사회문화총괄팀장은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주최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실상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극화돼 있어 국민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폄훼했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여론 압박이나 문제 제기 등으로 북한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요덕스토리’의 흥행몰이를 경계했다.

    이에 대해 요덕스토리 제작 과정에서부터 정부의 탄압을 받아왔던 정성산 감독은 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뭐라 하던 관심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비판하거나 말거나 놔둬라”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다 보니 정치적인 색깔은 있지만 정치인이나 정부 사람들 보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한국 국민들이 작품을 보고 북한 인권상황의 심각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는 정 감독은 요덕스토리의 연장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광장 공연과 영화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비판에 대해 ‘무시’하는 정 감독보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더 발끈했다. 당내 투톱인 박근혜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를 비롯해 많은 소속 의원들이 관람하는 등 ‘요덕스토리’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한나라당은 정부 관계자의 폄훼 발언에 “진정한 인권 의식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을 통해 “정작 탈북자들은 이 뮤지컬 내용이 북한 수용소 실제 현상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하는 소리냐”며 “실상보다 더 극화됐다고 북한 당국을 옹호하는 정부 관계자의 말은 어처구니없는 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것이 현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의 기조라면 우려스럽고 한심하다”고 개탄한 뒤 “노무현 대통령도 국무위원도, 통일부 관계자들도 모두 요덕스토리를 보고 말하길 바란다”며 “나도 봤지만 요덕스토리는 젊은이들이 열광할 정도의 매우 수준 높은 춤과 음악이 있는 뮤지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