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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가 재야 출신이라고? 이미 제도권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파문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거나 주가조작 등으로 처벌받은 부도덕한 기업인들과 얽히고설키면서 ‘3·1절 골프 로비 미수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총리의 도덕성 자질 시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과거 민청학련사건과 김대중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투옥되는 등 대표적인 재야 출신인 이 총리가 이번 골프 파문으로, 재야 출신들이 생명과 같이 여기는 도덕성을 놓고 자질 시비가 거론된 만큼 과거 자신의 이력에 큰 오점이 찍히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총리의 사퇴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 내 또 다른 재야 운동권 출신인 김근태계 의원들이 이 총리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골프 파문의 불똥이 전체 재야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도덕성 자질 시비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열린당 내 한 초선의원은 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는 5선 의원으로 18년간 국회에 몸담아 왔다”며 “그는 더 이상 재야 출신이 아니다. 이미 제도권이 됐다”면서 이 총리의 과거 이력을 사실상 전면 부정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에게 재야 출신이라는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그렇지(부적절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는데 (이 총리 사퇴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사실상 재야 출신 전체로까지 도덕성 시비가 일기 전에 이번 골프 파문에 대해 이 총리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주기를 요구했다.
남부 지역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은 구체적 언급을 꺼려하면서도 “이번 골프 파문에 대해 이 총리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느냐”면서 당내에서 김근태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유임 주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총리 본인이 거취문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자 깨끗한 척 하더니 결국 다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지금까지 도덕성과 개혁을 주장하던 사람들의 도덕적 기반이 다 무너진 듯 싶다”고 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도 “현 정부는 인권과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부의 2인자인 총리가 국민을 도덕적으로 실망시키고 있다”면서 “현 정부도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다. 권력을 가진 여당이 최소한의 ‘도의’ 등의 책임성을 보여준다면 이렇게 까지는 안됐을 텐데, 그런 것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집행위원장은 열린당 내 김근태계가 이 총리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당내 세력 관계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면서도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