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후보 클리닉을 쓰면서 느낀 것은 적어도 선거전략이란 측면에서는 홍준표 의원(이하 홍씨)이 가장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홍씨가 맹형규 전 의원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약간 낮게 나오고 있지만 단순히 선거전략만 놓고 볼 때는 맹 전 의원을 홍씨가 조만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2월 27일자 시사저널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여론조사 표본 205명 가운데 24.4%가 맹 전 의원을 선택했고 홍씨는 19.5%, 박진 의원 6.3%,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 5.9%, 조남호 서초구청장 5.9%, 박계동 의원 4.4%로 나와 있다. 이 조사의 경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플러스/마이너스 4.4%포인트로 나왔다.

    섹시한 남자 홍준표

    그렇다면 홍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금의 상승세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일까? 먼저 홍씨를 지금의 수준까지 끌어 올린 최대의 히트작은 ‘아파트 반값 공급 공약’이었다. 또한 홍씨의 기반이 되어 준 것은 ‘국적법’ 이슈였다.

    원래 홍씨는 맹 전 의원에 비해 나쁜 조건을 갖고 있었다. 홍씨의 전반적인 인상은 쌀쌀맞다는 느낌을 준다. 차가운 금테안경도 그 느낌을 더욱 더 하게 한다. 무엇보다 홍씨의 이미지가 차갑고 권위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이유는 ‘슬롯머신 검사 홍준표’ 이미지의 그림자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홍씨가 ‘저격수’로도 이름을 날렸다는 것도 관련이 있다.

    그리고 홍씨도 물론 인지도가 높은 의원 축에 들지만 맹 전 의원의 인지도 만큼은 높을 수 없었다. 맹 전 의원은 서울방송의 메인뉴스 앵커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홍이 맹을 무서운 기세로 맹추격할 수 있는 것은 국적법과 아파트 반값 이슈 선점과 함께 기본적으로 홍이 갖고 있는 개성과 매력 때문이다.

    전여옥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섹시한 정치인’을 홍씨로 꼽았다. 그 이유는 ‘한나라당에 계신 분들 가운데 굉장히 열정적이고 과감한 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홍씨는 맹렬한 남자다. 홍씨는 한나라당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금방 떠오르는 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만큼 한나라당 내부에서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잡는 법

    많은 이들이 출세하고 권력을 잡는 법을 찾는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그 방법을 찾지 않는다. 나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권력을 잡는 법은 간단하다. 대중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홍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홍씨는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물론 ‘저격수’ 식 정치문화가 좋으냐 나쁘냐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정치는 ‘투쟁’과 ‘타협’의 게임이고 그래서 저격수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두자. 그리고 사실 ‘저격수’ 홍씨는 홍씨 혼자를 위해 ‘저격’을 한 것이 아니라 당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것 외에도 홍씨는 앞서 언급한대로 국적법 문제와 부동산 가격 문제 등 입법 등을 통해 맹렬한 정치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정치권 속어로 그는 ‘자갈밭’에서 의원이 된 인물이다. 그는 탄핵역풍을 뚫고 서울 강북의 동대문에서 당선된 인물이다. 물론 박진 의원도 그렇지만 박 의원에 비해서 정치이력으로 볼 때 여당 측의 강한 견제를 받는다고 볼 수 있는 홍씨가 서울 강북에서 두 번씩 당선되었다는 것은 홍씨의 정치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그리고 홍씨가 맹 전 의원보다 적어도 한나라당 내부에서 생각해 볼 때 우위에 서 있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향이다. 맹 전 의원의 출생지는 네이버 검색결과 서울로 나와 있다. 그러나 홍씨는 경남 창녕 출신이다. 그리고 고교를 대구에서 나왔다. 이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홍씨와 서울시장 선거 구도

    또한 홍씨는 강북에서 2번 의원을 지냈다는 것도 맹 전 의원보다 유리하다. 맹 전 의원은 송파 갑에서 3번 의원을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리하면 홍씨는 강북에서 경쟁력이 검증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맹 전 의원은 홍씨에 그것에 비하면 불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맹 전 의원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송파 주변 지역은 한나라당의 ‘고정 표밭’이다. 그러니까 서울시장으로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오든 그 지역표는 저절로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강북이다. 강북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그리 만만치 않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강남, 그러니까 강남구-서초구-송파구 일대는 전반적으로 부유한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제외한 강북지역이나 역시 일부 지역을 제외한 한강 이남 서울지역은 서민계층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원래 호남 지역을 고향을 둔 유권자들이 많이 사는 서울-경기 지역은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이들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손학규가 당선되었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는 2002년 DJ정권 말기 생겼던 부패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보았던 반사이익을 감안하지 않은 생각이다.

    올해 2006년 지방선거는 적어도 지금 상황을 봤을 때 한나라당이 방심하면 서울이나 경기 가운데 둘 중 하나는 잃을 수 있다. 꽃노래도 자주 들으면 지겹다고 ‘반노 정서’에 힘입어 선거에 승리하려는 전략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때문에 경제 훈풍 불수도

    여기서부터 하는 이야기는 한나라당 측이 주의깊게 생각해야 할 이야기이다. 지금 세간에서는 경제가 슬슬 나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수준이지 전반적인 체감경기가 나아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지방선거 특수’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은 지방의원이 유급화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출마자들이 너도 나도 당선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식으로 경쟁이 과열되면 출마자들 입장에서는 ‘당선 이후 뽑는 돈’보다만 적다면 아낌없이 ‘투자’를 하려 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철 ‘반짝’ 경기가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2 대선을 생각해보라. 2002 대선 당시 월드컵 열기 속에서 경제가 약간 반짝하는 조짐을 보였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반 DJ정서-반노정서 부추기기가 한계를 보였다. ‘부패 정권심판’이라는 낡아 무뎌진 창으로 ‘노풍’이라는 새로운 방패를 깨려 했으니 잘될 턱이 없었다.

    정리하면 지금 한나라당은 위험한 상황 하에 있다. 제법 높은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해 옴에 따라 당은 다시금 편안함에 젖어가고 있다. 도전의식과 헝그리정신이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변화와 도전의식이 없는 나태한 조직에는 관료주의의 병폐가 독버섯처럼 싹튼다. 예전의 한나라당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라면 한나라당 내부의 ‘관료주의’에 몸서리를 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최근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파문도 한나라당 내부의 긴장이 풀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은 성추행 파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이 문제는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이야기하도록 하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점에 경기가 약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 한나라당의 ‘노무현 정부 심판론’은 기세가 수그러 들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은 지금 조심하라는 것이다. 최 전 총장의 성추행 파문은 어떻게 보면 긴장 풀린 한나라당을 내부 단속하라는 메시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