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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을 계기로 인권침해 논란으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전자팔찌’가 다시 급부상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 최선책은 전자팔찌 도입임을 강조하며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한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안’ 처리를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 작전에 나섰다.
그 선봉에는 진수희 원내공보담당부대표가 섰다. 진 부대표는 21일 이재오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직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전자팔찌법 도입 촉구 일인시위를 벌였다. 진 의원은 이날 ‘활개 치는 성폭행범, 갇혀있는 전자팔찌법 통과시켜주나. 국회 법사위는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전자팔찌법을 통과시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전자팔찌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를 지켜본 한나라당 의원들은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으며 여당 의원들에게 “너무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법안 처리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문에 본회의에 참석한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진 의원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돌아갔으며 전자팔찌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일인시위를 끝낸 진 의원은 곧바로 국회 기자실을 찾아 전자팔찌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성범죄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성범죄자의 야간 통행금지를 확대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동 피해자의 경우 대낮에도 발생하기에 실효성이 없다”며 “성범죄 피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재범률이 다른 범죄에 비해 높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전자팔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회에서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에 성범죄자의 재범으로 여자아이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련의 사건만 보더라도 일찌감치 전자팔찌법이 개정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법안소위에 묶여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궁여지책으로 일인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인권 침해요소를 들어 전자팔찌법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인권을 위한다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얼마나 더 우리 아이들이 희생을 당해야만 한가한 가해자인권 타령을 그만 둘 것이냐”며 “인권 운운하는데 우리보다 인권에 앞서 가는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도 전자팔찌법과 유사한 입법이 돼 있고 성범죄자 거세 합법화 노력까지 진행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사위는 하루속히 법안을 심의해 이번과 같은 영혼의 학살행위가 더 이상 방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향후 성폭력 아동 피해자 어머니들의 모임과 연대해 전자팔찌법 처리에 힘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진 의원은 갑자기 말문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지난해 전자팔찌법 제정을 위해 만났던 성폭력 아동 피해자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계진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모든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며 “상습범을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사후 관리도 소홀이 한 것은 국가가 재범기회를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과자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은 없어져야 하고 기본적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파렴치하고 반인륜적인 성범죄는 엄벌과 재발 방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라도 여야가 전자팔찌 제도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팔찌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여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조배숙 신임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전자팔찌 제도 도입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한 가지 방법만이 아니라 외국의 여러 사례와 효과를 검토해 철저히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물리적 거세 주장에 대해서도 “외국에서는 출소하기 전 성욕감퇴제 약물을 복용시키는 예도 있다.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자팔찌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법사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가능한 한 3월초에 공청회를 열어 전자팔찌법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한 법적 대응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기로 여야 법사위원간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