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내 문제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립학교에 임기가 끝난 임시이사들이 구 재단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새롭게 정이사 선임을 결의한 것은 임시이사 권한밖의 위법 행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조용호)는 14일 상지대학교의 전 재단이사장 김문기 전 의원 등 5명이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상대로 낸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청구 소송 및 이사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2003년 12월 18일 임시이사회가 정 이사를 선임한 결의는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학교법인의 설립자 또는 임시이사 선임전 구 이사에게 이사선임 이사회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할 자격이 있는지’ ‘임시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학교법인의 정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립학교법상 임시이사는 임시 상황시 위기 관리자로 민법상의 임시이사와는 달리 학교법인의 통상 사무에 속하는 행위에 한하여 권한을 갖는다”고 해석하며 “임시이사들에게 정이사와 다름없는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면 학교 경영의 정상화를 넘어 사소한 시행령 위반행위로도 학교법인의 경영권이 제 3자에게 손쉽게 넘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는 설립자에 의해 선택된 인적 구성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그것은 설립자의 학교 설립 목적 및 취지의 변질로 이어진다. 그렇게 될 경우 학교법인의 헌법상 기본권과 자주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따라서 임시이사가 종전 이사들의 의사를 완전히 배제한 채 학교법인의 형성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정이사로 선임해 학교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지배구조 변경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것은 임시이사의 권한 밖의 일로 위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지대는 지난 1992년 학과 폐지와 강사 임용문제 등으로 분규가 일어나 이듬해 교육부에서 임시 이사를 파견했었다. 이 임시이사들이 지난 2003년 이사회를 열고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임하자 구 재단측은 2004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승소한다 하더라도 실익이 없으므로 재판할 이유가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구 재단측은 각하 결정 직후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승소한 것이다. 

    ‘상지대학교 진실규명 및 설립자 학교 찾아주기 운동본부’ 박용진 상임대표는 14일 뉴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매우 정의로운 판결로서 학교 법인의 사유재산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최근 개정된 사학법의 개방형 이사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매우 거센 상황에서 학교 설립자의 권한을 임시이사들이 좌지우지할 가능성을 막아준 중요한 판결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