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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엘런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미셸 바셸레 칠레 대통령’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 국정 최고통치자’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칠레 대선에서 첫 여성 대통령인 바셸레(54)가 당선, 세계 여성 정상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여성을 국정 최고통치자로 두고 있는 나라는 6개로 늘었다. 여기에 프랑스에서도 유력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사회당 소속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52)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위를 차지해 첫 여성대통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정가에 불고 있는 강한 ‘여풍(女風)’의 결과물이다.
세계적 추세인 ‘여풍’은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그동안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정치권에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3.6%를 차지하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 여성 정치인이 선두권을 차지하는 등 ‘여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 정치인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다. 박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항상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한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야권에 박 대표가 있다면 여권에는 ‘강효리’로 불리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있다. 강 전 장관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면서 관련 여론조사에서 다른 서울시장 후보들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여성 정치인들은 그동안 남성이 주도해 왔던 정치권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나서야 한다는 국민들의 바람이라고 진단하며 우리 정가에도 강한 ‘여풍’이 불기를 기대했다.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 의장에 도전장을 낸 열린우리당 조배숙 의원은 “여성들이 정치를 하는 환경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여성 정치인 층이 많이 형성되는 만큼 여성 대통령 탄생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관계에서 세심한 배려가 있고 조화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여성 정치인들의 장점”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여성이 당선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전망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 최초 여성 광역단체장을 꿈꾸고 있는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사회가 점점 다양화되면서 시대가 유연하고 솔직담백한 여성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들이 여성 지도자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도 같은 맥락에서 여성 정치인이 더 이상 예외자로 참여하는 것이 아닌 본류로 인정받고 있다”며 “열린당도 이런 기류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강 전 장관 영입에 노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성 대통령도 나올 때가 됐다”며 “미국에서도 다음 대선에서 힐러리 대 라이스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여옥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도 생활 정치화 되고 있다. 세몰이 정치가 아닌 복지·의료·주택 등이 중심이 된 생활과 밀접한 정치가 리드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정치는 여성들이 더 잘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전 의원은 “이제는 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주는 시대가 왔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성이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야 말로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 자연스럽다. 박 대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느냐”며 “3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남성들도 여성 대통령을 원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정치선진국이라고 하는 서구에서 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국가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전체적인 흐름으로, 한국도 세계흐름에 동떨어진 나라가 아닌 이상 여성 정치인들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지방선거도 있으니 다시 한 번 여풍이 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여성들의 국회 진출은 이제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으니 그 이상의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5·31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 여성 정치인들의 바람처럼 ‘여풍(女風)’이 정치권을 ‘여풍(女豊)’으로 만들수 있을지, 그저 시대 현상의 하나로 남으며 멈출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