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손배 인정했지만 약정금 청구는 배척대법 "지급 조건 각서에 안 쓴 것은 납득 어려워"
  • ▲ 대법원. ⓒ뉴데일리DB
    ▲ 대법원. ⓒ뉴데일리DB
    권경애 변호사의 이른바 '학폭 재판 노쇼' 사건 손해배상 소송을 다시 심리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뒤늦게 알리며 작성한 9000만 원 지급 이행각서의 효력과 약정금 지급 책임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권 변호사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이므로 이행각서의 작성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 조건을 이행각서 내용으로 하기로 이씨와 합의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씨는 2015년 딸 박양이 숨진 뒤 이듬해 8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와 서울시교육청, 사립 중·고교 학교법인 및 교직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이씨의 소송대리인이던 권 변호사는 2심에서 항소이유서만 제출한 뒤 재판 기일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소송법상 항소심 당사자가 재판에 두 차례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안에 기일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를 하지 않거나 새로 정해진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된다.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이씨 측 항소는 취하된 것으로 처리됐고, 이씨는 2022년 11월 패소 판결을 받게 됐다.

    권 변호사는 약 5개월 뒤인 2023년 3월 이씨에게 패소 사실을 알리며 3년간 매년 말까지 3000만 원씩 총 9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이행각서를 작성해 건넸다.

    이씨는 같은 해 4월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24년 6월 권 변호사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해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가 공동으로 이씨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씨가 학폭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지난해 10월 배상액을 6500만 원으로 늘렸다. 또 법무법인 해미르가 이씨에게 2심 수임료의 절반인 220만 원을 별도로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씨 측이 항소심에서 추가로 주장한 이행각서상 약정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이행각서 작성 당시 권 변호사의 잘못이 언론 보도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을 약정금 지급 조건으로 했는데, 이후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만큼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권 변호사가 실제로 약정금 지급 조건을 이행각서 내용으로 삼기로 했다면 이를 각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권 변호사가 작성한 이행각서의 효력과 약정금 지급 책임이 다시 심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