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제외된 CFD 계좌 주문도 시세조종 판단대법 "장외파생상품 거쳐도 처벌 가능" 법리 제시
  • ▲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정상윤 기자
    ▲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정상윤 기자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 대표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56억 원, 추징금 1816억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 등이 상당한 비율로 예상되는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피고인들의 주문이 증권사 등을 거쳐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에도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판결에는 시세조종 행위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외파생상품 등을 이용한 주문이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에도 시세조종 행위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과 그 기준을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2023년 4월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다우데이타·삼천리·서울가스 등 8개 종목 주가가 폭락한 사건이다.

    라 대표 등은 2019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방식 등으로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워 7377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적발된 주가조작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다.

    이들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며 고객 명의 CFD 계좌 등을 위탁 관리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약 1944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같은 규모의 범죄수익을 차명계좌 등에 은닉한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라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1000만 원, 추징금 1944억8675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라 대표 등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검찰이 주장한 시세조종 범위를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는 라 대표의 형량을 징역 8년으로 대폭 낮췄다. 벌금은 1456억 원, 추징금은 1816억 원으로 정했다.

    2심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봤다. 

    특히 라 대표 조직의 일임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와 투자자들이 별도로 운용한 이른바 '뒷주머니 계좌' 등이 시세조종 범위에 포함됐다는 라 대표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또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은 장외파생상품 거래에 해당할 뿐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대상인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 매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시세조종으로 얻은 이익액도 산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이익액 50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되는 가중처벌 부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날 2심 판단 중 CFD 계좌 주문 부분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라 대표의 형량과 추징액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