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성지' 광주서 '5·18정신 계승' 선언제주4·3평화공원 찾아 보상·신원 회복 강조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의지 받들 것"각계 원로 고문단 위촉‥'통합 논의' 본격화
  •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경남 진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통합위원회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경남 진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통합위원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사회적 약자보호와 격차 해소', '함께 성장하는 포용과 상생'의 정신을 강조하셨습니다."

    지난해 9월 취임 이래 '국민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고 전국을 다니며 시민들을 만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진보와 보수, 수도권과 지방, 젊은이와 노인, 모두가 '상처'받았고 동시에 '치유'를 갈망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통합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실천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지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 다름을 인정하는 것,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길임을 깨달은 그는 4월 한 달을 성찰과 화해, 포용의 달로 삼고, 광주와 제주를 차례로 방문해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현대사의 '아픈 손가락'을 어루만지는 행보를 보였다.
  •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경남 진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통합위원회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경남 진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국민통합위원회
    '국립5·18민주묘지'와 '제주4·3평화공원'을 연이어 참배하며 성찰의 시간을 가진 이 원장은 마지막 발걸음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봉하마을'로 돌렸다. 

    생전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던 노 전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분열과 대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자 애썼던 지도자였다. 재임 기간 나라와 국민이 하나로 통합된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바로 이 위원장이 걸어야 할 길이기도 했다.

    지난달 2일 '제주4·3사건' 78주년을 맞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이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제주를 방문해 제주4·3사건에 대한 '국가 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노 전 대통령의 이 사과가 역사적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국민통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국민통합위원회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국민통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국민통합위원회
    이 위원장은 "화해는 진실의 규명과 책임의 인정 그리고 기억의 공유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이뤄진다"며 "그 바탕에서 상처받은 공동체 정신도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 이 위원장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선 (노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갈등을 직시하고, 정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도 국민통합을 통해 우리 민족의 번영을 꿈꿨던 노 전 대통령의 '의지'와 '소신'을 기리고 받들기 위함이었다.
  •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국민통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국민통합위원회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국민통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국민통합위원회
    이 위원장은 "이념적 지향이 다른 국민도 관용·진실·자제에 기반한 헌법적 가치와 정신에 입각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권양숙 여사에게 자신이 지은 '소신(所信)'을 예품(禮品)으로 전달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님의 뜻과 권 여사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국민통합을 이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 위원장이 국민통합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 권 여사에게 건넨 '소신'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굵직한 고비마다 헌법의 최전선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짚어본 책이다.  

    이 책에서 이 위원장은 실크로드, 코카서스, 카스피해, 텐산산맥을 여행하며 '보는 법'을 다시 배웠다고 말한다. 맑고 안정된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새들의 비행, 두루미 부부가 지어 올리는 둥지의 장엄함 속에서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보다 오래된 질서를 발견했다는 이 위원장.
  •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 7일 김홍신 세계한글작가대회 조직위원장 등 사회 각계 원로 8명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국민통합위원회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 7일 김홍신 세계한글작가대회 조직위원장 등 사회 각계 원로 8명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국민통합위원회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바다는 파도를 품는다'였다. 바다는 거친 파도도, 잔잔한 파도도 모두 품는다. 우리 사회 역시 그래야 한다는 메시지다. 격렬한 논쟁과 조용한 일상 모두가 민주주의 일부라는 것이다.

    '국민통합'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띠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의 수장이 된 그는 과거 실크로드를 종단하며 '보는 법'을 배웠던 것처럼 7대 종단 지도자, 정치권, 각계 원로, 사회적 약자를 두루 찾아 다니면서 그들의 눈으로 '갈등의 벽'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이번 여정에서 진정한 통합은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헌법의 틀 안에서 공존시키는 과정임을 깨우친 그는 5월 한 달을 '포용'과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 보는 기간으로 삼은 듯하다.

    그동안 온라인 소통 플랫폼 '모두의 국민통합'과 '100개의 국민대화' 등을 통해 총 4215건의 국민통합 의제를 수렴한 이 위원장은 이를 대상으로 실효적 대안을 함께 고민할 8명의 고문단을 위촉, 국민통합의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할 계획이다.
  •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5월 들어 국민통합의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통합위원회
    ▲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5월 들어 국민통합의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통합위원회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사장, 황석영 작가, 김홍신 세계한글작가대회 조직위원장 등 사회적 신망과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고문단이 향후 국민통합 현안에 대해 통합위에 자문하고 자신들의 경륜을 바탕으로 국민통합의 방향 설정에 기여할 방침이다.

    또한 통합위는 경제 분야 주요 단체·협회 및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대·중소기업·소상공인 상생동반 협의체'도 출범시켜 경제 양극화 완화와 국민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실무자급 회의를 정례화할 예정이다.

    통합위 관계자는 "현장 중심의 지속적인 소통 기반을 마련해 '상생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한편, 국민통합을 위한 조정과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