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문화재단, 오는 26일까지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서 재연서울시 기초자치단체 공연장 중 최초로 제작된 접근성 높은 연극배우와 무대 오르는 '그림자 소리', 수어통역·연기 함께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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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공연 장면ⓒ강동문화재단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의 법정 기념일이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등록 장애인은 약 263만 명으로 국민 20명 중 1명꼴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이러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문화예술계가 응답했다. 단순히 장애인을 '배려'하는 공연을 넘어 예술이 어떻게 모든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보편적 언어'가 될 수 있는지 '공존'의 가치를 증명한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이 그 중심에 있다.오는 26일까지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재연되는 '해리엇'은 한윤섭 작가의 동화 '해리엇-175년 동안 바다를 품고 살았던 갈라파고스 거북 이야기'(2011)가 원작이다. 갈라파고스에서 온 175살 거북 '해리엇'과 동물원에 홀로 남겨진 어린 자바원숭이 '찰리'의 우정을 다룬다.일반적인 '배리어프리' 공연이 무대 구석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거나 자막을 송출하는 데 그쳤다면, 연극 '해리엇'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수어와 음성 해설을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하나의 '무대 언어'로 격상시켰다. 해리엇의 내면은 음성 해설과 자막으로, 인물들의 감정은 섬세한 수어와 라이브 연주로 전달된다. 시각이나 청각 중 어느 하나가 불편하더라도 극의 정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
- ▲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공연 장면.ⓒ강동문화재단
'합★체'·'푸른 나비의 숲' 등 다수의 무장애 공연을 선보인 김지원 연출은 지난 17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접근성이 배려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무대 안으로 들어오길 바랐다. 우리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공연을 즐기지만, 결국 한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경험해야 한다"고 말했다.무대 위에는 배우뿐만 아니라 '그림자 소리'라 불리는 5명의 수어통역 배우들이 함께 오른다. 이들은 배우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대사를 수어로 옮길 뿐만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동작을 연기한다. 첼로·키보드·퍼커션으로 구성된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인물들의 감정선과 이야기 흐름을 풍부하게 만든다.제작 단계부터 수어 번역가 이재란이 참여해 대본의 뉘앙스를 수어 문학으로 치환했다. 수어를 모르는 관객에게는 아름다운 현대 무용처럼 보이고, 수어 사용자에게는 더 깊은 문학적 감동을 주는 '비주얼 버나큘러(Visual Vernacular)'의 정수를 보여준다. -
- ▲ 접근성 높은 연극 '해리엇' 공연 장면.ⓒ강동문화재단
이번 재연은 문상희(해리엇)·홍준기(찰리), 송철호(스미스)·전유경(올드)과 수어통역사 김설희·정은혜·강소진·권재은·이영섭이 초연에 이어 다시 합류했다. 홍준기는 연극 '해리엇'을 "배우와 수어통역사가 하나로 연결된 특별한 경험"이라고 정의했다.그는 "보통의 공연은 나 혼자만의 연기에 집중하면 되지만, '해리엇'은 다르다"며 수어 통역을 담당하는 '그림자 소리 배우'와의 긴밀한 호흡을 강조했다. 마치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들이 연결되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서로를 예민하게 살피고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이어 "가끔은 분명 둘이 함께하고 있음에도 혼자 연기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일체감을 느낀다"며 "이런 무대 경험이 앞으로 더 많아져서 다른 동료 배우들도 꼭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걱정하지 마. 여기서 넌 혼자가 아니야." 해리엇이 건네는 이 한마디는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마주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위로이기도 하다. 극 중 동물들이 해리엇의 마지막 소망인 바다를 향해 힘을 모으는 장면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연대해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전 연령층의 심금을 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