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측 "한국 측 선박 명단 공유는 필수"靑 "유관국과 공동 대응해야 레버리지 생겨"
  • ▲ 강훈식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강훈식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상황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6척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이란 측의 선박 명단·제원 제공 요청을 거부하면서 인도적 지원 연계 방안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은 앞서 '제한적 통행'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 측에 선박 정보를 요구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란의 명단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박 명단을 주면 이란이 선별적으로 통과를 허용·거부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강 실장은 "이란이 선박 명단을 받으면 일단 (통과가 가능한 선박을) 고를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전체를 레버리지 삼아 미국과 협상하는 데 한국이 소모된다"며 "(호르무즈에 묶여 있는 2000척의 선박 가운데) 20척인 나라, 100척인 나라, 200척인 나라가 공동 보조를 해야 우리가 레버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전체 나라를 상대로 (명단을) 다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명단을 내면 일부는 미국과 관련이 있는 배로 보이니까 (통과가) 안 되고 일부는 미국과 관련이 없는 배로 보인다고 판단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2000척 중에서 우리는 1%(26척)다. 우리가 명단을 제출하고 안 하고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우리가 단초를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결국은 이란이 전체 호르무즈의 안전을 가지고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로 한국을 소모하는 결과가 나올 것을 저희는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실장은 또 인도적 지원과 해협 통과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란과) 일대일로 직접 거래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이 전쟁을 하고 있는데 한국이 이란과 거래한다고 볼 것 아니냐"면서 "앞으로도 그런 연계는 할 생각이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지난달 25일 국회 비공개 면담에서 우리 선박과 선원의 안전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측 선박 명단과 제원 정보를 공식 요청했다. 다음 날에도 라디오 출연과 긴급 기자회견 등에서 "이란 정부와 군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한국 선박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명단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선박 정보 제출을 늦추는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국회에 답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뉴데일리에 "국제사회가 함께 성명도 내는 등 협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따로 명단을 제공하고 일대일 대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한국 관련 선박은 26척이며 한국 국적 선원 173명이 승선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