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조치에도 참사 발생…관리 허점 노출전자발찌 착용만으로 한계…재범 차단 실패스토킹 고위험군 7일 내 영장 신청 추진
  • ▲ 경찰청. ⓒ정상윤 기자
    ▲ 경찰청. ⓒ정상윤 기자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로 정부가 불관용 원칙을 앞세워 스토킹 범죄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피해자가 위험 신호를 반복적으로 호소했음에도 선제적 차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경찰의 초기 대응과 피해자 보호 조치가 철저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사건 발생 이후 반복되는 사후 대응 논란을 끊고 고위험군을 조기에 차단한다는 취지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은 관리 체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피해자는 경찰의 보호조치 대상이었던 데다가 피의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대응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14일 남양주에서 김훈은 과거 교제하던 20대 여성을 스토킹 후 살인했다. 김훈은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로 피해자의 주거 및 직장 100m 이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전 자신의 차량 밑에 위치추적 장치를 2개 붙인 사실을 알리고, 스토킹으로 인한 공포를 호소하며 여러 차례 이사하는 등 피해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훈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접근이 제한됐음에도 살인을 저질렀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의 한계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자발찌 착용 상태에서도 범행이 발생한 만큼, 위치 추적에만 초점을 둔 관리로는 재범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범죄 가해자의 위치 확인을 넘어 행동 패턴 분석과 위험 징후 탐지까지 포함해 감독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 ▲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 ⓒ뉴시스
    허술한 관리로 인한 참극이 발생하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교제 폭력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수사기관도 조치에 나섰다. 경찰은 스토킹 관련 신고가 3회 이상인 고위험 대상자의 경우 7일 이내에 전자장치 부착과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또 위치추적 장치 부착과 더불어 유치장 구금을 동시 집행하도록 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킹 사건과 관련된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이뤄졌다. 경찰은 이날 사건 당시 신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자 2명을 경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관할 경찰서장을 인사조치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피해자 안전 강화를 위해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또 법무부 위치추적시스템과 경찰청의 112 시스템을 연계해 스토킹 범죄 가해자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를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법원에 접근 금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가 경찰에 접근 금지를 요청했음에도 경찰이 이를 신청하지 않거나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90일 이내에 직접 법원에 신청해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보호명령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청와대는 스토킹·교제폭력 고위험 대상자에 대해 '7일 내 영장 신청' 원칙을 지시하는 등 초기 대응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교제 폭력 법제화나 잠정조치 기간 연장, 횟수 상향 등 보완 입법이 필요한 사안은 관계 부처가 추가로 검토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