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경의 타점, 노경은의 역투, 이정후의 수비결정적 3장면 합쳐져 기적의 WBC 8강행
  • ▲ 문보경이 결정적 타점을, 이정후가 결정적 수비를 해내며 한국을 기적의 8강으로 올려놨다.ⓒ뉴시스 제공
    ▲ 문보경이 결정적 타점을, 이정후가 결정적 수비를 해내며 한국을 기적의 8강으로 올려놨다.ⓒ뉴시스 제공
    한국 야구가 미국 마이애미로 간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7-2로 이겼다.

    2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대만, 호주와 동률을 이뤘으나 최소 실점률에서 앞서 일본(3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그 복잡하던 8강 진출 경우의 수를 뚫었다.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 조건 충족했다. 한국이 대만과 호주를 밀어내고 미국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이 WBC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2009년 준우승 이후 이번이 17년 만이다. 

    '기적의 8강'이다. 

    야구 대표팀의 8강에 누구 하나 공헌을 하지 않은 이는 없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팀이 강해야 승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들이 있다. 한국의 기적을 이끈 3번의 기적이 있었다. 한국을 8강으로 이끈 결정적 장면이 3번 등장했다. 

    첫 번째 기적은 문보경이다. 한국 야구 팬들은 그를 '문보물'이라고 부른다. 

    문보경은 호주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홈런으로 혼자 4타점을 책임졌다. 

    다득점 압박감에 시달리던 한국. 문보경이 해결사 역할을 해낸 것이다. 문보경은 0-0으로 맞선 2회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압박감을 날려버렸다. 이른 선제점으로 한국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결국 7점을 내며 기적의 8강을 이뤄냈다. 

    호주전뿥만이 아니다. 이번 대표팀에서 최고의 해결사는 단연 문보경이다. 그는 체코전에서 선제 결승 만루홈런을 포함해 5타점을 수확했고, 일본전에서는 1회부터 기쿠치 유세이를 두들겨 2타점 2루타를 뽑았다. 대만전에도 적시타로 1점을 냈던 그는 이날 호주전까지 4타점을 추가했다.

    이번 대회 4경기 연속 타점이자 11타점. 문보경은 현재 WBC 전체 타점 1위다. 13타수 2홈런 7안타로 타율은 무려 0.538이다. 

    문보경은 "17년 만에 본선에 나가는 대표팀에 내가 포함된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오늘 경기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우리가 한 팀으로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소속팀 LG가 우승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지금이 내 야구 인생의 최고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기적. 42세 노장 노경은이다. 

    호주전 선발 투수는 손주영이었다. 그러나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는 1회만 던지고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선발 투수가 1회에 조기 강판하는 악재. 한국은 절대 위기에 몰렸다. 이때 베테랑의 저력, 투혼이 환한 빛을 냈다. 

    노경은은 팀의 두 번째 투수로 2회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선두 타자 로비 글렌디닝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릭슨 윈그로브를 2루수 병살타로 유도했고, 로비 퍼킨스의 타구를 직접 직선타로 처리했다.

    3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팀 케넬리를 2루수 땅볼, 트래비스 바자나를 삼진, 커티스 미드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2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한국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노경은이 역투로 3회까지 버텨준 덕분에 호주를 꺾을 수 있었다.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호주전뿐만이 아니었다. 노경은은 이번 WBC 1라운드에서 4경기 중 3경기를 등판했다. 그리고 3⅓이닝 무실점으로 철벽 불펜 위용을 보여줬다.

    그는 1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이 필요할 때 한국을 구했다. 한국의 수호신이 됐다. 

    노경은은 "등판은 경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던지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 당장 나가겠다고 했다. 그냥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짜냈다. 내가 왜 대표팀에 뽑혔는지 증명한 것 같아서 마음에 짐을 덜었다"고 말했다. 

  • ▲ 42세 베테랑 노경은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선보였다.ⓒ연합뉴스 제공
    ▲ 42세 베테랑 노경은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선보였다.ⓒ연합뉴스 제공
    마지막 기적. 이정후다. 

    정확히 말하면 이정후의 '수비'다. 이정후는 한국 기적의 8강 마지막을 책임졌다. 

    6-1로 앞서던 한국은 8회 말 호주에 1점을 내줘 6-2로 쫓겼다.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한국의 뼈아픈 실점.

    마지막 9회 초 공격에서 최소 1점 이상을 뽑고, 9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아야 8강에 갈 수 있는 상황에 몰렸다.

    한국은 9회 초 다행히 1점을 뽑았다. 안현민의 희생 플라이가 1점을 선물했다. 스코어는 7-2.

    그리고 9회 말 마지막 수비. 1점도 내주면 안 되는 상황. 수비 강화를 위해 박해민이 중견수, 이정후는 우익수로 수비 위치를 바꿨다. 

    1사 1루 위기에서 호주 릭슨 윈그로브의 잘 맞은 우중간 타구를 전력 질주한 이정후가 어렵게 잡아냈다. 우중간을 가를 것 같았던 타구를 이정후가 정확한 판단으로 자세를 낮춰 잡아냈다. 만약 이정후가 놓쳤다면, 1루 주자는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한국의 8강행은 무산되는 것이다. 

    이 수비가 한국의 8강에 마침표를 찍은 이정후의 호수비였다. 이정후가 수비로 한국 야구를 구한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S)에서 수비로 '저평가'를 받은 이정후의 반란이었다. 

    이정후는 "공이 날아올 때부터 무조건 잡겠다고 생각했다. 공이 약간 조명에 들어갔는데 그 역시 행운이 따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수장' 류지현 야구 대표팀 감독은 기적의 8강에 눈물을 훔쳤다. 

    그는 "굉장히 어려웠던 1라운드였다.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 진정성이 한데 모여서 이런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이 경기가 나의 인생 경기다. 이정후가 어려운 타구룰 잡아줬고, 노경은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2이닝을 막아줬다. 노경은에게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