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심제' 재판소원법 헌재법개정안 본회의 처리기존 3심→4심제 변화 앞둬…'소송비용부담' 는다이미 헌재 본안사건, 평균 소요시간 '2년 1개월' 헌재, 1~3심과 달리 '변호사 선임' 법으로 강제소송비용 부담 양극화…피해구제 수년 더 걸린다법조계 "李 형사사건 면소판결 위해 국민에 피해"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 투표 도중 '사법개혁 3법 반대' 관련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가며 '선진화법 위반'이라고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 투표 도중 '사법개혁 3법 반대' 관련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을 지나가며 '선진화법 위반'이라고 외치고 있다. ⓒ뉴시스
    '4심제'라 비판 받아온 이른바 재판소원제(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제도)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연구관 등 인력을 보충하고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건 처리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선 제도 도입으로 '재판 지연'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존 대법원 3심에서 끝나던 확정 판결이 헌재로 넘어가게 되면 헌재가 처리하게 될 사건의 절대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헌재에서 다룬 본안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2년을 넘어섰다. 제도의 도입으로 사건 수가 늘어 이 기간 역시 늘 수밖에 없게 된다.

    헌재에서 변론을 맡을 변호사를 구하기 위해 서민들은 감당하기 힘든 추가 소송 비용을 안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소송 비용 부담 양극화' 문제가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 대법원. ⓒ뉴데일리 DB
    ▲ 대법원. ⓒ뉴데일리 DB
    ◆ 재판소원제 국회통과 … 헌재, '2년 1개월' 사건처리기간 늘듯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27일 오후 본회의에서 재판소원제 도입을 담은 헌재법 개정안을 찬성 162표, 반대 63표로 가결시켰다. 

    같은달 26일 헌재법 개정안 상정 직후 국민의힘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약 24시간 만에 강제 종료시킨 뒤 표결 처리한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천하람·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헌재법 개정안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된 '법원의 재판'을 포함시켜 대법원 확정 판결도 헌재가 다시 심판하게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4심제'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각계에서는 위헌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재판소원제도가 헌법이 대법원에 부여한 최종심으로서 권한과 지위를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소원법에 따르면 확정판결 중 기본권 침해 사안에 대해 확정 뒤 30일 안에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하다. 재판소원을 청구하면서 확정판결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도 할 수 있고, 인용되면 판결 효력이 정지된다. 재판소원으로 판결이 취소되면 법원은 해당 재판을 헌재 결정에 따라 다시 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재판에서 패소한 누구나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헌재에 사건이 몰리는 '적체 현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헌재는 사건 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4일 헌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헌재의 지정재판부(3인으로 구성된 사전심사부)가 각하한 사건을 제외한 본안 사건 628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753.2일(약 2년 1개월)로 집계됐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재에 사건이 더욱 몰리게 되면, 헌재의 사건 심리 기간은 늘 수밖에 없게 된다. 법조계에서 재판소원제를 두고 "변호사들만 배불리는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재는 변호사 선임 '필수' … 소송비용 부담 양극화 심화한다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 또는 참가인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한다. 다만, 당사자 또는 참가인이 변호사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헌법재판에는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 조문이다. 1~3심 법원과 달리, 헌재 심판절차에서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헌법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원칙으로 못박힌 만큼, 변호사 없이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하면 기각·각하될 수 있다. 

    4심제 이상의 소송 지옥의 굴레에 빠질 경우 막연한 승소의 기대감으로,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게 된다.

    '가진 자'의 재판 지연 수단으로 악용돼 피해자의 고통 시간이 늘어날 소지도 있다.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재판소원을 제기하거나, 재산권 사건에서 패소한 사람이 재판소원을 진행해 승소자의 권리 실현이 미뤄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지금도 1심, 2심, 3심까지 가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헌법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4심제로 되면 분쟁 당사자의 법적 지위는 더 오래 불안정해진다"고 비판했다.

    '권리구제의 사각지대 해소'는 민주당이 재판소원제 추진의 명분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재판소원의 도입은 되레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권리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민주당이 재판소원제를 도입한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갑자기 민주당이 4심제를 추진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면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공격하는 동시에, 나머지 재판들도 시간을 끌어 면소판결을 노리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도 "재판소원제 도입 논의는 동기·시기·방법에 동의하기 어렵다. 대법원의 권위를 정치에 예속시키기 위해 추진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개헌과 같은 사전 준비 없이 단순히 헌법재판소법 조항 일부를 삭제하는 방향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