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늘리기보다 더 비싼 프로그램 … 사교육 고급화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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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성공의 문'이 좁아진 사회 구조 속에서 부모 불안이 커지며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팽창하고 있다. 좋은 대학과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 압력이 지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30조원 턱밑까지 치솟으며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7일 학계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성민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사교육 의존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찰 및 함의'에서 부모의 경쟁 압력이 사교육비 증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연구 결과, 부모의 경쟁 압력 점수가 1점 높아질 때 자녀 1인당 사교육비는 평균 2.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압력은 자녀의 뛰어난 학업 성취와 사회적 성공에 대한 기대, 치열한 입시 환경에서 비롯되는 부모의 불안감 등을 종합한 개념으로, 한국아동패널 설문과 6807개 표본을 토대로 측정됐다.

    다만 경쟁 압력은 학원 수나 사교육 시간 확대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다. 시간적·물리적 제약으로 학습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더 비싼 프로그램이나 고급 과외 등 '질적 선택'을 통해 지출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부모 집단에서 경쟁 압력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 증가 폭이 더 컸다. 학업 성취와 학벌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할수록 불안이 지출로 직결되는 구조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지나치게 좁은 성공 통로'를 지목했다. 한 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 취업 확률이 약 10%, '상위권 대학' 진학 확률이 4%에 불과하다는 점은 기회가 제한된 사회 구조를 보여준다"며 "이 같은 환경에서는 자녀의 성공을 둘러싼 부모 세대의 불안과 경쟁 심리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사교육 의존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고임금·안정적 고용의 1차 노동시장과 저임금·불안정 고용의 2차 시장 간 격차가 교육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성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다변화하고, 학벌 중심 구조를 장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교육과 사교육 간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정책적 보완도 과제로 제시됐다. 2025학년도부터 적용된 고교 내신 5등급제 역시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신 변별력이 약화될 경우 대학들이 학생부 세부 기록이나 수능 성적을 더 중시하게 되고, 이는 사교육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학령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은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2024년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은 29조원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