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PC'에 녹취 120여 건…현역 의원 로비 의혹가족회사 동원 차명 송금·후원 정황CES 출입증 유용 의혹…고발인 소환 조사
  • ▲ 김경 전 서울시의원. ⓒ서성진 기자
    ▲ 김경 전 서울시의원. ⓒ서성진 기자
    경찰이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공천 로비 의혹'을 둘러싼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전 시의원에 대한 경찰의 공천헌금 의혹 수사가 강선우 무소속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넘어 김 전 시의원의 통화 녹취 등이 담긴 황금 PC를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해당 기기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했다. 이 PC에는 김 전 시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와 현역 의원에 대한 로비를 논의하는 녹취록 120여 개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녹음 파일에서 김 전 시의원은 지난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서울 지역 모 의원의 보좌관이던 K씨와 통화에서 "양모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공천관리위원인 A 의원에게 (구청장 공천을) 부탁하겠다고 해서 돈을 줬다"라고 말했다. 김 전 시의원은 2023년 6월 말에도 K씨와 통화하며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인 현역 의원 2명에 대한 금품 로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시의원이 로비 대상 국회의원의 지역구 출신 구·시의원,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에게 먼저 접근한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김 전 시의원이 이런 방식으로 금품 로비를 시도하려 한 현역 의원은 4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중진 의원도 여럿 있으며 한 중진 의원의 경우 김 전 시의원이 전직 서울시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 전 시의원이 가족 회사를 이용해 차명으로 국회의원 측근 시의원들에게 돈을 보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시의원은 남동생과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가족 회사 소속 계약직과 아르바이트생 계좌로 '급여' '수고비' 명목의 돈 500~900만 원을 보낸 뒤 "0을 하나 더 붙여 잘못 송금했다"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이후 김 전 시의원이 재송금을 요청하며 전달한 계좌 가운데에는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구·시의원 명의 계좌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돈의 종착지가 국회의원들일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김경 전 서울시의원 CES 2026 출입증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 '김경 전 서울시의원 CES 2026 출입증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김 전 시의원 측근 인사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고액 후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 전 시의원 여동생은 2018년 10월 당시 현역이었던 S 전 의원에게, 김 전 시의원 남동생이 설립한 재단 회원은 2022년 8월 강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 전 시의원이 2023년 7월 초 측근 명의로 500만 원을 서울 지역 중진 C 의원에게 후원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 전 시의원이 C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내기 전 해당 의원 보좌관과 '차명 후원'을 논의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김 전 시의원의 PC에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 전 시의원은 'CES 2026' 출입증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해당 의혹을 고발한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위원장을 불러 고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시의원은 '1억 공천헌금'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12월 31일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논란을 낳았다. 김 전 시의원은 체류 중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목격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김 전 시의원이 CES 2026 출입증 11개를 입수해 자신의 선거를 도울 인물들에게 제공했다"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냈다. 이후 이 사건은 서울 강서경찰서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이날 경찰이 신청한 김 전 시의원과 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