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청구권,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 아냐"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서 잇단 유족 승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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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에게 일본 건설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배모씨 등 5명이 일본 니시마츠 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위자료 청구권은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간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에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 및 효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에서 니시마츠 건설에 강제 동원돼 노역하다가 사망한 이들의 유족이다. 이들은 2019년 4월 니시마츠 건설을 상대로 위자료 상속분 상당액을 배상하라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쟁점은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했는지 여부였다. 민법 제766조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해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를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 측은 소멸시효 기준을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30일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반면 니시마츠 건설 측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상금 문제는 1965년 6월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돼 있는 만큼 유족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삼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2년 대법원은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처음 해석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유족이 해당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는 이 판결 이후 3년이 지났으므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니시마츠 건설이 배씨에게 2000만 원, 나머지 4인에게는 1333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1심과 달리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재상고를 통해 확정된 2018년으로 봤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며 "결국 원고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법 역시 "원고들이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 때인 2018년 10월 30일자 대법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3년) 내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전했다.

    대법에서는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던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유족 승소 판결이 확정되고 있다. 앞서 미쓰비시 중공업, 일본제철, 쿠마가이구미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가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