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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율 환원 선언을 둘러싼 파장은 단순한 통상 이슈를 넘어 우리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관세율을 다시 25%로 되돌리겠다는 미국 측의 결정은 외교 변수이자 국제 환경의 변화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내 정치의 무능과 방치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문제는 국회 차원의 조기 대응이 가능했음에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사실상 외면해 왔다는 점이다.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관세 환원 문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야당의 문제 제기를 방어하는 사이 관세 합의의 법적·제도적 안정성은 방치됐다. 국익과 직결된 통상 현안이 정쟁의 그늘에 가려진 것이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국회를 사실상 독점 운영해 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상임위를 열고 공청회를 열 수 있었고 여야 협의의 장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내란 종식, 검찰 개혁, 사법부 견제라는 정치적 구호 아래 야당 압박과 권력기관 흔들기에 에너지를 쏟았고 그 과정에서 통상·외교·산업이라는 국가의 생존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국회는 민생과 국익을 논하는 장소가 아니라 정파적 정당성을 과시하는 무대로 변질됐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미국은 한국 국회의 결정을 문제 삼아 관세를 되돌렸고 정부는 뒤늦게 사실관계 파악과 수습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방미 성과를 자평한 보도자료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되치기를 당한 현실은 외교 실패 이전에 정치 실패를 웅변한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이웃 국가 일본과의 대비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대미 통상 전략에서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대미 투자 협의를 1호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정치권과 관료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 갈등보다 국익을 먼저 놓고 산업과 고용을 우선시하고 있다. 일본 정치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통상 문제 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통상 문제조차 '친미냐 반미냐', '비준이냐 아니냐'라는 이념적·정파적 프레임 속에서 소모되고 있다. 쿠팡을 둘러싼 디지털 규제 논란, 중국과의 미묘한 외교 행보, 서해 문제를 둘러싼 안이한 인식은 미국 정치권에 한국 정부를 불안한 파트너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설명과 조율 대신 "문제 없다"는 정치적 수사만 반복해 온 결과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의 의미도 여기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의 성패를 내란 종식이나 검찰 개혁이라는 추상적 구호에만 걸 수는 없다.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이념의 순도가 아니라 '삶의 안정'이다. 관세 인상은 곧바로 기업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용과 물가,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민생은 통상과 외교, 산업 정책의 결과물이지 정치적 선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정권과 여당이 진정으로 선거에서 평가받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국회를 정쟁의 전장으로 만드는 데서 벗어나 국익을 실현하는 협상의 공간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야당을 설득하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하다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책임 정치'라는 말이 의미를 갖는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그 생물이 숨 쉬는 토양은 '민생'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자문해야 한다. 당신들이 외치는 정의 속에 우리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기업의 생존'이 들어 있는지 말이다.
트럼프의 관세 환원은 위기이자 경고다. 이 경고를 또다시 정쟁으로 흘려보낸다면 다음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다. 지방선거는 그 책임을 묻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다. 국익을 외면한 정치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유권자들은 이미 답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