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대부분 인정…외신홍보·허위공문서행사는 무죄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불법수사·체포영장 여전히 논란전문가 "보여주기식 구형과 선고"
  •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자신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3일 사형이 구형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과는 별도로 진행된 이번 재판은 본류 재판의 '전초전'으로 여겨져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어 본류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 수사의 절차적 하자에 대한 의혹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을 체포·구속하기 위해 관할법원인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을 택했다는 '영장 쇼핑' 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고에서 쟁점들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아 항소심에서 다퉈야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보여주기식' 구형과 이에 발맞춘 선고였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심 "공수처의 계엄 수사 적법…尹,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3일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폐기한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 허위 공문서를 행사한 혐의에 대해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이 문서를 폐기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거나 외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한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이와 함께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공무원들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더해 볼 때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허위공문서 작성 등 범행의 경우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곤 보기 어렵고 형사처벌 전력을 받은 점이 없는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러 논란에도 혐의 대부분 인정한 법원…항소심서 다퉈야

    이 재판의 최대 쟁점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영장 발부 절차 자체에 중대한 위법이 있어 애초에 정당한 공무 집행이 아니었고 경호처 조치는 대통령 관저에 대한 정당한 시설 보호였다고 맞서왔다.

    실제 서부지법은 지난 2024년 12월 31일과 지난해 1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1·2차 윤 전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했다. 내란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다.

    문제는 영장 청구 및 집행, 수사에 나선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내란죄 수사 권한은 경찰에만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 수사권이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개시 대상 범죄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고 이 혐의의 '관련 범죄'로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지만 일단 공수처가 수사에 나선 만큼 수사 과정을 공수처법에 따른다면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공수처법 31조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가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은 중앙지법이 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체포와 구속, 기소는 같은 법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따라서 영장 청구는 중앙지법에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다.

    공수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도 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이전까지 공수처 설립 이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것은 모두 7건이다. 이 중 6건이 중앙지법에 청구됐고 현직 군인 신분인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군사법원에 영장이 청구됐다.

    유독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만 서부지법에 청구되면서 '영장 쇼핑'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가 이례적으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만 서부지법에 청구한 것은 중앙지법에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적어 서부지법을 찾았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다.

    심지어 대통령 관저는 군사시설보호법 제9호에 따라 군사 시설로 보호를 받으며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군사상 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부지법이 발부한 1차 체포영장에는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문구가 예외적으로 포함됐다. 법원이 형사소송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적시한 셈으로, 영장 청구와 발부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영장 1차 집행에 실패한 공수처는 각종 법적 논란이 일어나자 2차 집행을 앞두고는 '셀프 관인'이라는 악수(惡手)를 둔다. 영장 집행 하루 전인 지난해 1월 14일 "대통령 관저 출입 승인서에 관저 지역 경비부대인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장의 관인을 받아 출입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즉시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해당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것을 "물건을 찾아내기 위한 수색은 제한되지만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수색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전문가들 한 목소리 "쟁점 명확히 해소되지 않아"

    이번 선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체포 방해를 징역형 선고한 것 자체가 강한 처벌"이라며 "수단과 방법의 문제이긴 하나 대통령 경호처를 이용한 부분이 중한 선고의 이유이긴 하지만 일반인에 비해서는 센 편"이라고 말했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이번 선고가 메인인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인정한 건 예견된 사실"이라며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 건지 법적 사실만 판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10년 구형은 조금 과했으나 그에 비해 5년 선고는 적정한 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당시 사상자가 전혀 없었음에도 체포 방해에 5년은 과하다"면서 "보통 다친 사람이 없으면 기소도 안 하는데 최고형까지 가한 것은 정치적 액션"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번 선고에서 쟁점들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아 항소심에서 다퉈야할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건 변호사는 "'영장 집행에서 관리자의 허락이 없어도 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논란의 여지가 될 거 같다"며 "박근혜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군사상 기밀을 요하는 장소는 맞는데 관리자 승낙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명시한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황도수 교수도 "공무집행에 동원된 인원, 영장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어서 항소심에서 거론될 것 같다"면서 "보여주기식 구형과 선고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