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엔 방어적 설명, 해외 투자자엔 법적 리스크 해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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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발표한 국·영문 성명에서 서로 다른 뉘앙스의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 여론과 해외 투자자를 분리 대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문 성명은 '억울함'과 '불안 해소'에 방점을 찍은 반면, 영문 성명에서는 한국 내 비판 자체를 '잘못된 주장', '허위 혐의'로 규정하는 표현이 등장했다.쿠팡은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쿠팡의 조사는 '자체 조사'가 아니었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조사했다는 잘못된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같은 문장의 영문본에서는 '불필요한 불안감'이 '잘못된 불안감(false insecurity)'으로 표현됐다. 단순히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다는 설명을 넘어, 불안 자체가 사실과 다른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판단을 내포한 셈이다.표현 차이는 '억울한 비판' 대목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국문본은 "정부 기관과 국회, 일부 언론으로부터 '쿠팡이 정보 유출 사태에 심각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고 서술했지만, 영문본에서는 이를 '허위 혐의 제기(falsely accused)'로 옮겼다. 단순한 비판(criticism)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책임 추궁이라는 법적 뉘앙스를 담은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정부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문장에서도 시각 차이가 드러난다. 국문본은 "12월 1일,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영문본에서는 "12월 1일 정부가 쿠팡에 접촉해 전면적인 협조를 요청했다(On December 1, the government approached Coupang and asked for full cooperation)"고 적었다. 쿠팡의 자발적 협력보다 정부 주도의 조사와 지시에 따른 이행을 강조한 표현이다.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국내 여론을 향해서는 방어적·설명적 메시지를, 해외 투자자와 시장을 향해서는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었음을 강조하는 전략적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 모회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급등 마감했다.앞서 쿠팡은 지난 25일 유출자의 자백을 확보하고 해킹에 사용된 장비를 회수했으며, 외부 전송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에서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며 거리를 둔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