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코어로 부상한국은 주변부로 전락미국에게《전략적 방치》당할 수도고립 아니라 종속될 위험 높아져
  • ▲ 북핵 관련 한반도 주변 핵보유 3강의 자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방치, 중국은 묵인, 러시아는 이용이다. ⓒ 챗Gpt
    ▲ 북핵 관련 한반도 주변 핵보유 3강의 자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방치, 중국은 묵인, 러시아는 이용이다. ⓒ 챗Gpt
    《북한 비핵화 ‘불가능성 정리’: NSS 2025 보고서와 ‘전략적 방치’의 시대 》
     
    ■ 북한 비핵화, 물건너갔다

    경제학에는 잘 알려진 명제가 하나 있다. 
    이른바《불가능성 정리(定理)》다. 

    *  1951년 케네스 애로우가 발표한 이론.  경제학, 정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의 한계를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 애로우는 이 이론으로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편집자 주]

    직관적으로, 아무리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게 사회 전체 차원의 합리적 선택으로 수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완전히《공정한》집단 선택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오늘날 한반도의 북한 비핵화 문제 역시 이와 매우 유사하다. 
    어느 한 국가의 의지나 선의, 또는 교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전략 구조 그 자체가 비핵화를 불가능한 결과로 귀결시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한국이 마주한《북한 비핵화 불가능성 정리》다. 

     
    ■ 미국은《전략적 방치》택하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 2025》는 이 불가능성 정리를 떠올리게 한다. 
    서방 전체가 아니라 미국 단독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 견제와 대만 해협 억지를 핵심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대만 해협 억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쿼드 등이 반복해서 강조되고, 반대로북핵》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문서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 NSS에서 북한 비핵화 언급이 빠졌다고 한다. 
    대만과 중국 경제부상을 인도·태평양의 최우선 안보위험으로 규정하고 북한을《주변부》로 밀어낸 듯한 느낌인데 실은 이게《전략적 방치》라고 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명시된 전략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라진 목표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침묵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우선순위 조정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 기조가《지역 분쟁 관리》에서《패권 경쟁 차단》으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대만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는 해상 병목이자, 미·중 충돌의 직접적인 무대이다. 
    반면 북핵 문제는 위험하지만, 당장 패권 구조를 뒤흔들지는 않는 변수로 분류된 듯하다. 
    이는《전략적 방치》라고 볼 수 있다.  

     
    ■ 중국은 북핵 사실상 용인, 그리고 묵인

    중국도《전략적 방치》 택했다. 
    지난달 27일 발표한《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이라는 제목의 백서에서《한반도 비핵화 지지》라는 표현을 생략했다. 
    중국이 2005년 발간한 군축백서와 2017년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 백서엔《한반도 비핵지대 지지》라는 표현이 들어갔었다. 
    이를 놓고 중국이 미중 경쟁 속에서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제 중국은 북핵을 제거해야 할 위협이라기보다, 미중 충돌 완화 목적의 완충 장치로 여길 수도 있다. 
    러시아 또한 북핵 문제를 제재 완화 레버리지로 활용하며 그 구조에 편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북핵》을 방치하고, 중국은 묵인하며, 러시아는 이용하는 구도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 북한은《갑》, 우리는《을》

    이렇게 가면, 북한이 교섭력《갑》으로 뜰 수 있다. 
    《북한 비핵화》는 당연히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서 핵 포기가 열등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제재를 가해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판에, 제재가 느슨해지고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마당에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즉 핵 포기를 통해 얻을 게 없다. 
    이는 권력의 도덕성이나 교섭 태도의 탓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전략 환경이 핵 보유를 북한의 지배전략으로 만들어버린 결과다. 
     
    불가능성 정리》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핵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으면서도, 국제 전략공간에서도 점점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게다가 미-중 대립 속에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치솟으며, 한국은 일본 방어를 위한 잠금장치 역할의《주변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핵 교섭력을 바탕으로《코어(핵심부)》로 부상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고립이 아니라, 종속을 의미 한다.  

     
    ■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그럼에도 한국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노력이 없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도 국민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가져올 전략환경 변화에 대해 무관심 하다는 것이다. 

    《불가능성 정리》를 떠받치는 건 그 무관심과 자주성 결여다. 
    불가능성 정리》는 좌절이 아니라 전략 재설계 필요성을 뜻할 수도 있다.   
     
    미국의《NSS 2025》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입장에서 그 핵심은《전략적 방치》다. 

    자칫 한국도 방치될 수 있다. 
    《가능성 정리》를 찾기 위한 새로운 전략은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다. 
    선동적인《자체 핵무장》구호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불가능성》을 조금이라도《덜 위험한 불완전성》으로 바꿔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시작은 종속을 거부하는 자주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