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학도 선호 1위 기업 본사 가보니젊고 유능한 인재 몰리는 회사 실감나금전보상·복지·인프라 모두 최상급 대우성과만 보는 韓과 분위기 달라 … 선순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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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샤오미 베이징 테크놀로지 파크’전경.ⓒ이가영 기자
이달 4일 찾은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샤오미 베이징 테크놀로지 파크’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활기가 넘쳤다. 구내식당 앞 광장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고, 바로 옆 잔디밭에서는 노란 은행잎 사이 인기 캐릭터 ‘라부부(LaBubu)’ 인형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중국어뿐 아니라 영어 대화가 곳곳에서 들렸다. 거대한 테크 기업이라기보다 대학 캠퍼스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직원 연령대는 전반적으로 낮았고 ‘젊음’과 ‘자율성’이 조직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샤오미는 본사에는 약 1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엔지니어들이다. 이날 만난 샤오미 관계자는 “(샤오미는) 중국 공대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 중 하나”라면서 “혁신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인적자원 컨설팅업체 유니버섬, 포브스 차이나 등은 샤오미를 ‘공학 전공대생의 선호 1위 기업’, ‘중국 상위 10대 고용주’로 선정한 바 있다. ‘젊은 인재가 몰리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는 의미다.전날에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핵심 인공지능(AI) 개발자 뤄푸리(骆甫芮)가 샤오미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가 됐다. 1995년생인 그는 딥시크의 범용 AI 모델 개발에 관여해 ‘천재 소녀’로 불린 인물이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가 그에게 약 1000만 위안(한화 약 20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단순히 금전적 보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샤오미가 외부의 핵심 인재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내부에서 ‘인재 친화적 기업’으로 평가받는 조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우수 인재에게는 성과만큼 보상을 확실히 제공하고, 회사 내부의 연구·생활 인프라를 통해 몰입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다.샤오미는 매년 최고 엔지니어에게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지급하고,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는 회사 주식을 대규모로 나눠준다. 2021년에는 엔지니어 122명에게 1인당 38억원어치 주식을 지급했고, 그다음 레벨에 오른 3904명에게는 평균 7000만원어치를 나눠 화제가 됐다. 올해 3월에도 3877명에게 8000만주 넘는 주식을 지급했다. 레이쥔 회장이 강조하는 “인재는 샤오미의 모든 것”이라는 철학이 반영됐다.채용 방식도 유연하다. 샤오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인재들이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아파트형 기숙사를 제공하고, 연구개발(R&D) 등 핵심 직군에는 필기시험을 생략한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채용 과정도 빠르다. 경력보다 실력, 이력보다 기술 역량을 중시하는 구조다.샤오미가 ‘하이뎬구’를 본사 위치로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땅값과 인건비가 비싸지만, 칭화대·베이징대·중국과학원 등 최상위 연구기관이 밀집한 지역이라 우수 인재 확보에서 압도적 이점을 갖는다. 샤오미는 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인재를 직접 발굴하고 채용한다. 본사 근무 인력 5만 명 중 절반이 칭화대·베이징이공대 등 명문 공대 출신이다.10여 년 전 핸드폰과 소형가전 등을 팔던 샤오미가 지금은 반도체·AI·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사람 중심 구조’ 덕분이다. 기술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구조가 축적되면서 빠른 산업 전환과 신사업 성장이 가능해졌다. 연구 환경·주거·생활 인프라를 회사가 부담해 직원들은 업무 외적인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회사가 몰입 환경을 책임지고, 직원은 성과로 보답하고, 그 성과가 다시 보상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져 있다.AI 시대에 이 선순환 구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로봇, 전기차, 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은 모두 ‘기술의 속도’가 경쟁력이다. 그러나 속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AI 모델 개발도, 차세대 반도체 설계도,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최종적으로는 개별 엔지니어의 역량에서 나온다. 기술은 돈으로 사올 수 있지만, 혁신은 인재가 만든다는 점에서 기업 경쟁력의 최종 변수는 결국 사람이다.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빅테크와 같은 인재 풀에서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연차 중심 인사와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는 젊은 기술 인재들이 실력을 충분히 펼치기 어렵다. 해외에서 뛰어난 인재를 데려오고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혁신 속도를 높이려면 인재 확보 방식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단기 실적보다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성과에는 명확한 보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기술 경쟁의 본질은 사람 경쟁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중국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최우선 전략 자원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위한 투자와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재 투자 없이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국 기업들도 ‘기술보다 사람’이라는 원칙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