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전작권 조건부 전환 → 임기 내 전환"전작권 전환 가능한 최종 상태 정의 없이 평가""19년 IOC 검증서 미래연합사 운용체계 부실""전력 증강 중심, 동맹 신뢰·지휘체계 간과""美 태세 조정기 조기 전환 … 안보 불안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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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동참모본부 출신 군사 전문가인 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의 모습. ⓒ정경운 실장 제공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안보 분야 팩트시트에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건조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출신 군사 전문가인 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은 10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작권 전환 추진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듯하다"며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최종 상태'의 정의와 평가 기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임기 내 조기 전환은 연합방위태세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정 실장은 또 전작권 전환의 세 가지 조건과 관련해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조건1'(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조건2'(북한의 핵·WMD 위협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와 정성적 평가 항목인 '조건3'(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역내 안보 환경)을 어떻게 통합할지 기준이 없다"고 꼬집었다.이어 "근본 문제는 '최종 상태'를 정의하지 않은 채 기존 전력증강계획을 조건 근거로 삼았다. 전력증강계획은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만든 것이 아니므로, 이를 조건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전환의 본질이 왜곡된다"며 "북한의 핵 보유를 조건3의 결정적 변수로 본다면,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일부에서는 무기체계만 더 보강하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며 전작권 전환 비용을 21조 원에서 34조 원 규모로 추산하지만, 정 실장은 "이런 수치는 '조건1·2'의 세부 과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정찰위성을 추가하거나 전투기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며, 그 기저에는 억제력, 동맹 구조, 증원 전력 보장, 전쟁 지휘 효율성, 동맹 신뢰성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본질적 요인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합격' 판정을 받았던 2019년 기본운용능력(IOC) 평가에서도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장성이 지휘하게 될 미래연합군사령부(미래연합사)의 실제 운용체계는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고 한다.정 실장은 "(전작권 전환 이후의 미래연합사의) 지휘 구조, 조직 편성, 의사결정 과정, 작전 수행 방식 등 변화된 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을 도출·적용하지 못했으며, 많은 부분이 '가정'에 근거한 평가였다"고 비판했다.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군의 핵심 전략자산 운용권은 미군이 보유할 가능성이 크며, 전시 증원 전력의 규모나 시점도 전작권 전환 이전인 미군 사령관 체제에서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의 정보 능력 한계로 주도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핵 위협 국면과 맞물리면 한국군의 역할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정 실장은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사령관의 국적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권한의 범위와 정보 공유 체계, 증원 전력 보장, 연합지휘 규칙 등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제도적 과제"라며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군은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러면서 "전작권 전환은 시점을 정하는 문제도 아니다. 변화한 전략 환경에서 우리 군이 '군사적으로 전환 가능한 상태'를 갖추는 과정"이라며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미군 재배치와 태세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논의되는 시기에 성급한 전작권 전환은 오히려 안보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지. ⓒ연합뉴스
◆다음은 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한미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오랫동안 추진해 왔는데 그 조건이 정확히 무엇인가."조건1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이다. 쉽게 말해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 받아서 주도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말한다.조건2는 '북한의 핵·WMD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이다. 전쟁이 발발해 미군의 증원 전력이 한반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한국군 주도로 초기에 대응해야 한다. 증원 전력이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연합작전이 전개되므로,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조건3은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역내 안보 환경'이다.조건1·2를 구성하는 세부 과제는 미군의 '보완 능력'과 '지속 지원 능력'을 전제로 설정한 것으로 한미 간 합의로 수시로 조정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도면 전작권을 전환해도 될 것이라는 최종 상태가 제대로 정의돼 있는지 여부다.'최종 상태'는 조건1·2의 세부 과제를 도출하고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한미 군사 당국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한미가 합의한 최종 상태가 제대로 정의돼 있지 않다면 세부 과제의 도출과 평가는 무의미하다. 조건3은 추상적인 정치·외교적인 평가라 객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다."-'조건 1'과 '조건 2'가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전작권을 전환해도 된다는 '최종 상태'에 대해 합의된 정의가 없다면 신뢰할 수 있는가."신뢰할 수 있는 평가의 전제는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최종 상태에 대한 합의된 정의와 이에 따라서 도출된 세부 과제의 달성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러한 과제와 절차가 정상적으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히려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한국군이 전작권을 완전히 넘겨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능력 측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움직임을 실시간 또는 근(近)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 능력 강화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데,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한국군의 정보 능력만으로 북한의 가장 위협인 이동식발사대(TEL)를 식별·추적해 표적화 하기 어렵다. 정찰위성 5기만으로는 요구되는 수준의 작전 수행은 불가능하다."-그런데 일부 인사들은 전작권 전환 비용을 21조 원이라고 추산한다. 근거 있는 수치인가."임의로 추정한 숫자일 뿐 공식 근거는 전혀 없다. 군의 어떤 자료에도 '전작권 전환 예산 21조 원'이라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전작권 전환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개인이 '이 정도 무기체계만 더 있으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임의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이 열거한 추가 전력은 한미가 합의해 선정한 '조건1'과 '조건2'의 세부 과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최근에는 '34조 원', '200조 원' 등과 같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금액이 난무하고 있다. 34조 원으로 터무니없게 적게 잡은 근거를 물으니 '그건 착수금일 뿐'이라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착수금'은 국방기획이나 무기체계 획득에는 존재하지 않는 용어다. 이렇게 근거도 출처도 불분명한 수치가 전작권의 본질과 관계없이 특정 목적으로 기정사실처럼 굳어졌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전인범 전 육군 특전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비용은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200조 원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필요한 비용은 어느 정도로 봐야 하는가."200조 원은 단지 어마어마하다는 수사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전작권 전환은 정찰위성을 올리거나 전투기 몇 대를 추가로 증강하는 식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전작권 전환에서 전력 증강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고, 기저에는 계량화할 수 없는 억제력, 동맹 구조, 전시 증원 전력의 규모와 증원 보장, 전쟁 지휘의 효율성, 한미동맹의 신뢰성과 같이 훨씬 더 중차대하고 본질적인 문제가 내재돼 있다. 이것은 단순히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핵심은 평시부터 한미동맹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 유사시 신속하게 전시로 전환해 효과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한미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전·평시 지휘체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느냐의 문제다." -
-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지휘 체계. ⓒ서울안보포럼 제공
-전작권 전환의 '검증'이란 결국 미래연합사(Future CFC)가 실제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과정 아닌가.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기자 주: 미래연합사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될 한미 연합지휘부로, 기존 연합사를 대체해 전시 작전권을 행사할 예정인 조직이다. 창설 준비는 2019년부터 진행돼 왔으며, 한미가 단계별 검증(IOC·FOC·FMC)을 통해 '완전임무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있다.)"검증은 한국군 장성이 사령관인 미래연합사가 정상적으로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으로 관련 조직, 지휘통제체계, 시설, 규정과 절차, 각종 문서 등도 포함된다. 미래연합사가 전시 수행해야 할 임무와 기능들을 도출한 과제들은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에 포함돼 검증을 위한 평가 요소로 활용된다.이를 토대로 연합연습 시 한미가 연합평가단을 구성하여 미래연합사의 작동 상태와 작전지휘능력을 3단계로 평가한다. 기본운용능력(IOC)–완전운용능력(FOC)–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단계로 이뤄진다.IOC는 미래연합사의 주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초적인 군사 능력에 대한 평가로, 2019년 8월에 평가가 이뤄졌다. FOC는 미래연합사가 주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것인데, 2022년 8월에 평가가 이뤄졌으나 현재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현재는 검증에서 드러난 미비점과 추가 보완해야 할 과제들을 중심으로 노력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FMC는 미래연합사의 모든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완전한 군사 능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다."-그런데 전작권 전환을 위한 '3가지 조건'과 IOC·FOC·FMC는 어떤 관계인가. 일각에서는 IOC·FOC·FMC를 전작권 전환을 위한 3가지 조건으로 혼동하고 있다."전작권 전환의 '3가지 조건'은 검증 절차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이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핵심 군사 능력과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의미하며, 이 가운데 조건1과 조건2는 한국군에만 관련된다.반면 검증은 조건1과 조건2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연합조직인 미래연합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지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제반 평가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연합사에 부여된 임무와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는지를 연합연습을 통해 점검하며, 이때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이 평가의 핵심 기준이 된다.한미 양국은 CMETL을 토대로 미래연합사의 임무수행능력을 단계별로 검증하며, 그 결과를 종합해 판정한다. IOC·FOC·FMC는 이러한 검증의 각 단계로, 지정된 과제와 조건의 달성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라 할 수 있다."-2019년 후반기 IOC 검증은 불완전했지만 한미는 '합격'으로 판단해 최종 승인했다.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의 최종 상태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IOC 평가 자체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전작권 전환은 전(全) 군과 관련된 업무지만, 실무적으로는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전작권전환추진단이 주무부서다. 각 과제는 해당 부서에서 추진하고, 검증은 추진단이 주도해 연합연습 시 전구사령부 역할을 맡게 될 미래연합사의 기능과 능력을 평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다만 IOC 평가 당시,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장성이 지휘하게 될 미래연합사의 실제 운용체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군사령관이 한국군 장성으로 편성되면서 나타나는 지휘 구조, 조직 편성, 의사결정 과정, 작전 수행 방식 등 변화된 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CMETL을 도출·적용하지 못했으며, 많은 부분이 '가정'에 근거한 평가였다." -
- ▲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조기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현재 전작권 전환 추진은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듯하다. 정부는 '조건에 따른 전환'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 조건의 최종 상태와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특히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조건1·2와 정성적인 평가 요소인 조건3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기준이 없다.조건1·2는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알려졌지만, 조건3은 한반도 안보 환경이라는 특성상 정량화가 불가능한 개념적 항목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최종 상태'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은 채 기존의 전력증강계획을 조건1·2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다.애초에 전력증강계획은 전작권 전환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이를 조건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전작권 전환의 본질이 왜곡된다. 더 나아가 조건3을 북한의 핵 보유를 결정적 변수로 본다면, 나머지 조건의 평가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는 곧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전작권 전환을 전력 증강 차원으로 봐서는 안 될 것 같다."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전력을 증강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훨씬 더 포괄적인 한미동맹의 신뢰, 지휘체계, 군사력 운용 전반에 걸친 문제다. 그러나 군의 일부 핵심 보직자들조차 여전히 전작권 전환을 '전력 증강' 차원으로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다.실제로 합참의 한 고위 장성은 전작권 전환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은 전력 증강만 잘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매우 중대한 사안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술회했다. 당시 연합사 내 한국군 장성들 사이에서도 '사령관의 국적만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했다.이는 전작권 전환이 지휘체계, 작전권, 전략적 책임의 변화를 수반하는 문제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다. 군 내부에서도 전작권 전환의 본질과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정치적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전작권 전환의 시점은 정치·외교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지만, 군은 그보다 앞서 스스로의 능력과 태세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적 판단력'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그렇다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최종 상태'를 무엇으로 정의하겠는가."지금의 평가와 검증체계로는 전작권 전환의 '최종 상태'를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현재의 구조는 형식적 절차에 머물러 있으며, 변화하는 안보 환경과 고도화된 북한의 핵 위협에서 어떤 수준을 '전환 가능한 상태'로 볼 것인지조차 합의되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만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 증가와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최종 상태와 조건을 다시 설정하고, 합리적 평가·검증체계를 새로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전작권 전환은 시점을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변화한 전략 환경 속에서 우리 군이 '군사적으로 전환 가능한 상태'를 갖추는 과정이다. 중요한 건 시기가 아니라 역량이다. 전환 논의는 정치·외교적 판단 이전에 우리 스스로의 능력과 태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미군 재배치와 태세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논의되는 시기에 성급한 전작권 전환은 오히려 안보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
- ▲ 2025년 1월 15일 한반도 인근 공해상공에서 대한민국 공군 F-15K 2대와 일본 항공자위대 F-2 2대, 미국 B-1B 랜서 2대가 훈련을 하고 있다. ⓒ미 7공군 제공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이 실질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쉽지 않다. 여러 구조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전시 증원 전력의 요청과 투입 과정에서 미국의 내부 절차와 독자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증원 전력의 규모나 시점은 과거 미군 사령관 체제에서와 달라질 수 있다. 한국군 사령관이 해·공군 등 미군 전략자산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협의에는 응하겠지만 핵심 전략자산의 운용권을 한국인 미래연합군사령관에게 위임하지 않을 것이다.또한 한국군의 독자적 정보 능력 부족은 주도권 확보에 근본적인 제약이 된다. 실시간 감시·정찰·분석 능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적시적 의사결정이 어렵고, 정보 주도권이 약하면 작전지휘의 실질적 주도권도 제약받는다.특히 북한의 핵 위협 국면에서는 우리의 역할이 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 전력 대부분은 연합지휘체계 안에 묶여 있지만, 미국은 전략사령부나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전력으로 직접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핵 표적 선정·투발 수단 선택·종전 협상 조건 결정 등에서 우리의 입지는 더 제한될 수 있다.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사령관의 국적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권한의 범위와 정보 공유 체계, 증원 전력 보장, 연합지휘 규칙 등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제도적 과제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군은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
- ▲ 제이비어 브런슨(왼쪽) 한미연합군사령부 사령관과 새뮤얼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11월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 환영 의장행사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전작권 전환 후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기자 주: CODA는 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의 약자로, 평시 연합사령관이 행사할 수 있는 여섯 가지 권한―위기관리·정보관리·작전계획 수립·교리 발전·연합연습·상호운용성―을 뜻한다. 전시로의 전환 시 작전 연속성과 연합방위태세의 일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제도다.)"CODA는 평시와 전시의 단절을 막기 위한 장치다. 연합사령관이 평시에도 일정한 권한을 갖고 있어야 전시로 전환될 때 전쟁 수행과 작전지휘가 끊기지 않는다. 문제는 전작권이 전환돼 한국군 장성이 미래연합군사령관에 보직될 경우에도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CODA를 적용할 수 있겠느냐다.미군이 사령관일 때는 자연스럽게 행사됐던 권한을 한국군 사령관에게 그대로 부여하는 데 대해 미국 측이 동의할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연합정보관리, 연합위기관리, 연합연습 등은 미군의 전략자산 운용과 직결돼 있어 권한을 온전히 이전하기 어렵다.결국 CODA를 한국군 사령관에게 그대로 적용하려면 단순한 '국적 교체'를 넘어 지휘권·책임·권한 분배를 새로 설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형식은 한국군 주도지만 실질은 미군 통제'라는 구조적 불균형이 반복될 수 있다."-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실제 전쟁수행능력이 동일하게 보장될 수 있나. 예를 들어 감시태세 상향 시 미군의 정찰자산이 적시에 지원될 것인지, 전시 한국군 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증원전력의 전개를 보장할 수 있을지, 전시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 전략자산을 사령관의 의도대로 운용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있다."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추가 비용 없이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지휘 권한과 증원 전력 운용이 보장되지 않으면 전쟁 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요소들은 전작권 전환이 '의미 있는 전환'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 요건이다. 동일 수준의 운용이 유지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은 오히려 우리의 안보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작권 전환에 따라 한국 전구 내 4개 사령부(합동참모본부·유엔사령부·미래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다. 이 4개 조직이 마찰 없이 긴밀히 작동해야 전쟁 수행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구조적 충돌의 여지가 크다. 특히 위기 단계에서 연합위기관리체계로 전환되면 '누가 누구를 지휘하고 어떤 명령체계를 따를 것인가'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 초기 대응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연합연습에서는 한미가 합의하지 못한 부분을 각자 방식으로 처리한 사례도 있었다.결국 동맹 구조의 정합성, 연합지휘체계의 실효성, 한국군의 미래연합사 운용 능력 향상은 모두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국군 장성이 미래연합군사령관으로 보직되면 증원전력·지휘·통제의 문제는 전쟁 수행의 핵심 변수다. 한미가 이를 어떤 형태로 합의하고, 미국이 어떻게 보증할지가 결정적이다.마지막으로 이러한 쟁점들이 연합방위지침, 전략문서(TOR·SD-3), 작전계획(OPLAN), 작전예규(SOP)에 어떻게 반영되고, FOC(완전운용능력)와 FMC(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 단계에서 어떻게 확인될지가 중요하다. 이 부분이 명확히 보장되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은 제도적 완결성만 갖춘 '형식적 전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지금까지 지적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작권을 전환하면 연합방위태세가 오히려 약화될 위험이 있어 보인다."미군의 보완 능력과 전시 증원 계획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의지와 한미동맹의 신뢰에 달려 있다. 미국의 확장 억제가 아무리 강력해도 북한은 고도화된 핵 무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준의 현상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한반도 안보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남을 것이다.전작권 전환 이후 남북의 물리적 군사력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는 동맹의 개입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은 미군의 지속적 지원 보장과 더불어, 한국군이 스스로 전쟁을 기획하고 지휘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전작권 전환은 시점을 정해 추진할 정치적 사업이 아니라, 한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안보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전환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축적하는 일이다."◆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은육군사관학교 46기 출신 예비역 육군 중령이다. 한국외국어대와 합동참모대학을 졸업했으며, 22사단 작전참모, 한미연합사령부 지상군구성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합참 전략기획부 핵·WMD대응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