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취임 직후 대북전단·확성기 중단 첫 단추9·19 군사합의 복원으로 '두 번째 단추' 시동비행금지구역 설정, 군비통제 기본 원칙 위배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 北의 NLL 무력화 일환남북관계 오독 … 北, 교류가 정권 유지에 방해9·19 복원, 결국 평화협정 향한 '살라미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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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남북 신뢰 구축' 로드맵이 현실화하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북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 중단, 9·19 군사합의 복원,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며 그 첫 단추를 끼운 데 이어 지난 21일 신년사에서는 '9·19 합의 선제적 복원'을 재천명했다.이와 관련해 국방·안보계에서는 안보적 효용성이 없는 9·19 군사합의를 섣불리 복원하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의 군사적 부속 합의서인 9·19 합의는 북한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군사적 충돌 방지에 기여하기는커녕 우리 군의 무장 해제만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李 대통령 "신뢰 구축 위해 복원" … 현실은 '상호주의 실종'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 우발 충돌 방지와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고 천명했다.이어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을 통해 경제가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실현 가능한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나 남북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한반도 안보 현장의 현실은 상호주의 실종과 안보 태세 약화라는 우려로 점철돼 있다. 9·19 군사합의의 치명적 결함은 상호성의 부재다.한국이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며 안보 비용을 치르는 동안 북한은 합의를 기만적으로 이용하다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 노딜' 직후부터는 대대적인 위반을 감행했다.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따르면 북한이 합의 체결 이후 5년 동안 합의를 위반한 횟수는 약 3600여 회에 달한다.서해 완충구역 내 포사격 위반이 110여 회, 해안포의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 위반이 3400여 회라는 사실은 북한이 합의 기간 중에도 상시적인 공격 태세를 유지했다는 방증이다. -
- ▲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GP(감시초소) 시범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2018년 11월 15일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현장. 폭파되는 GP 왼쪽 뒤편으로 북측 GP와 북한군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韓 1500억 혈세 낭비 vs 北 3개월 만에 재무장반면 우리나라는 합의 준수를 위해 막대한 안보 비용을 감수했다.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 최대 40km 폭의 '비행금지구역'(NFZ)을 설정한 조치로 인해 대북 감시·정찰(ISR) 능력이 제한됐고 서북 도서 해병대의 포사격 훈련이 중단됐다.특히 GP(감시초소) 철수 과정에서 한국은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으나 북한은 지상시설만 폭파하고 남겨둔 지하시설을 기반으로 합의 파기 3개월 만인 2024년 2월 GP를 재가동했다.나아가 북한은 2023년 9월 헌법 개정을 통해 핵무력 정책을 '국가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는 기본법'으로 명기했고 핵무기 선제 사용 권한까지 헌법에 박아넣었다.이어 같은 해 11월 9·19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12월에는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2024년 10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공식 적시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검증 부실 책임론 … 文 정부, 알고도 속았나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GP 불능화 검증 과정에서의 부실 논란도 재조명되고 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당시 우리 측 검증단은 북한 GP 중 1곳에서 무장 병력의 활동 흔적을, 3곳에서 지하 시설 연결 의심 정황을 발견했다.그러나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최종 보고서에 이를 '불능화 달성'으로 수정해 보고했다. 심지어 당시 불능화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당초 윤석열 정부는 GP 복구에 2033년까지 약 1500억 원의 예산과 10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재명 정부의 9·19 복원 방침에 따라 이 복구 계획마저 백지화할 공산이 커졌다. 북한은 이미 무장했는데 우리만 복구를 포기하는 것이다.이에 대해 한 예비역 고위 장성은 "당시 정부가 남북 이벤트 성사에 급급해 북한의 기만을 알면서도 묵인했거나 무능해서 속아 넘어간 것"이라며 "검증 실패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국방부 남북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와 군비통제차장 등을 지내고 2009년 육군 준장으로 전역한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023년 관련 논문에서 "남북군사협상의 기본 목적은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합의 결과가 국가 안보에 위해를 주는 것이라면 이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9.19 합의가 바로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
- ▲ 지난 2018년 9월 19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당시 북한 인민무력상은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배석한 가운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뉴시스
◆韓 '눈' 가린 비행금지구역 … 北 핵 고도화 '골든타임' 헌납군사 전문가들은 9·19 합의 자체가 군비 통제(Arms Control)의 기본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한다. 문 센터장은 군사적 신뢰 구축이란 공격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9·19 합의는 반대로 보여주지 않도록 차단했다며 "(9·19 합의는) 비행금지구역(NFZ)을 설정해 상대방의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군비 통제의 기본부터 위배한 합의"라고 평가했다.군비통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1992년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이 상호 영공 개방을 통해 신뢰를 쌓은 것과 달리, 9·19 합의는 한국군에 심각한 비대칭적 불이익을 초래했다.첨단 감시정찰자산(ISR)을 활용해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야 하는 한국군 입장에서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핵심적인 대북 감시 역량을 스스로 제한하고 조기 경보 태세에 공백을 초래하는 조치였다. 반면 감시 자산이 낙후된 북한은 잃을 것이 없었다.합의 기간 중 북한의 추정 보유 핵탄두 수는 약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전술핵탄두(화산-31)와 고체연료 미사일의 실전 배치다. 발사 준비 시간이 40분에서 5~10분대로 단축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군의 '킬체인'(Kill Chain)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특히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우발충돌방지 및 안전어로보장 군사대책을 강구한다는 제3조 역시 논란의 핵심이다.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NLL 무실화(無實化)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애매모호한 구역 설정"이라며 "북측 지역에서는 초도 남쪽으로, 남측 지역에서는 덕적도 북쪽으로 경계를 그어 적대행위 중단구역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상당히 이상하다. 남쪽에 그어 놓은 이 선은 왜 덕적도까지만 그어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이 전 사령관은 또 "북한은 초도 아래의 내륙 연안까지 전부를 이 중단구역에 포함시킨 것인데 우리는 덕적도까지만 그어 놓고 이동해역에는 그 경계가 그어지지 않았다"며 "특히 이 문구 자체만을 보아도 북한으로서는 수도권 근처인 덕적도의 이동해역까지 포함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여실히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다시 말해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인천공항이라든지 인천항, 해군으로서는 인천 방어사령부가 다 포함돼 있는 이 구역에 대해 한국이 권원(權原)을 주장할 수 없이 북한에게 이용당하는, 한국의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인 조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북한의 '학습제강' 영상에 등장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북한 주민들에게 한류가 확산하자, 북한 당국은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8월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1월 평양문화보호법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샌드연구소 제공
◆남북관계 단절 원인 오독 … "北, 남북 교류가 정권 유지에 불리하다고 판단"정부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 북한도 호응할 것이라는 이상론에 정책의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김천식 전 통일연구원장은 뉴데일리에 "남북 관계 단절의 근본 원인은 북한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일축했다.그러면서 "북한은 남북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개방되는 것을 체제 위협으로 인식한다. 남북 교류가 북한 정권 유지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들은 이미 남북 관계의 단절을 체제 안전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즉, 남북 교류 과정에서 북한의 실상에 눈을 뜬 주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현실에서 정부가 9·19 군사합의를 복원할지라도 김정은이 문을 열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이다.◆'9·19 복원'은 '평화협정' 향한 살라미 전술?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의 9·19 복원 드라이브가 단순한 합의 복원을 넘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부터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 경력 전반에 걸쳐 종전선언이 '비핵화 협상의 입구'라며 평화 협정 체결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익명을 요구한 전직 안보 관료는 "9·19 군사합의는 태생적으로 4·27 판문점 선언의 군사적 부속 합의서이므로 합의 복원은 필연적으로 평화협정 체결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9·19 군사합의 복원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살라미 전술'의 일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문제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전 체제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UNC)의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는 유사시 국제사회의 자동 개입 차단과 주한미군 철수 압박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안보의 최후 안전판을 제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종이 위 평화 아닌 물리적 억제가 답"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는 낫다"는 오랜 지론을 펼쳐 온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고자세로 북한과 대적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논리로 유화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이 대통령이 제시한 이상론적인 신뢰 구축 방안은 군사적 긴장 완화, 신뢰 복원, 경제 활성화라는 단선적 인과관계를 전제한다. 그러나 북한이 9·19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수천 차례나 위반한 상황에서 이를 복원하는 것이 신뢰 구축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또 '평화' 아니면 '전쟁'이라는 이분법은 허구라는 점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진정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되지 않는 북한의 핵 위협 그 자체다.안보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종이 위의 평화보다는 물리적인 억제 능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안보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제언한다.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제고, 우주정찰 역량 강화, 한국형 3축 체계 완성, 그리고 김관진 전 장관 시절의 '도발 원점·지휘부 타격 원칙'과 같은 확고한 응징 태세만이 김정은의 오판을 막고 진정한 평화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는 "정부가 심리전 중단에 이어 9·19 복원까지 강행하면 대북 억제력의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의 생존이 상대방의 '선의'에 좌우되는 위험한 도박은 한 번으로 족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