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빙자해 20명에 8억4000만원 가로챈 혐의텔레그램으로 유인…직책 따라 월급·인센티브 지급3개월 내 탈퇴 시 '벌금 2만달러'…위계적 운영 구조법원 "사회적 해악 심각…중형 불가피" 판단
  • ▲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현지 경찰 조사를 받고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인천=서성진 기자
    ▲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현지 경찰 조사를 받고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인천=서성진 기자
    캄보디아 현지에서 연애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조직에 가담한 한국인 2명이 국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범행 수법은 철저히 위계화된 기업형 운영 체계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12단독(지현경 판사)은 2일 사기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2200만원을, 20대 남성 B씨에게는 징역 3년과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5~6월 온라인에서 캄보디아 현지 구인 공고를 보고 출국한 뒤 로맨스 스캠 조직에 합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 7개월간 유인책으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피해자를 속여 거액을 가로챘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해 "여성을 소개해주는 업체의 실장"이라고 소개하며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면 조건만남을 할 수 있고, 쿠폰 활성화 등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여 송금을 유도했다. 

    이 수법에 속은 피해자는 20명, 피해금액은 총 8억 4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조직 내에서 간부급 역할을 맡아 유인책 교육과 관리 전반을 책임졌다. 교육은 현지 카지노 건물 내 사무실에서 진행됐으며 조직원들은 가명을 사용한 채 매일 12시간씩 엄격한 규율 하에 활동했다.

    조직은 사실상 기업처럼 운영됐다. 상급 조직원이 하위 조직원의 근무 태도, 실적, 외출 여부 등을 상부에 보고했고 실적이 부진한 인원에겐 질책이나 격려가 이어졌다. 

    월급은 직책별로 2000~8000달러 수준으로 지급됐으며 피해금 입금 시 인센티브도 제공됐다.

    가입 후 3개월이 지나기 전에 그만두려면 벌금 명목으로 2만달러와 범행 도구 세팅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 실제 탈퇴가 이뤄지면 해당 비용은 남은 조직원들에게 전가되는 방식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 가담 정도가 중대하고 로맨스 스캠은 사회적 해악이 매우 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