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대회 중 문진희 심판위원장과 여자 심판 3명 술자리문진희 위원장과 여자 심판들 징계 받지 않아 이후 여자 심판 A와 B는 승격,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특혜 의혹 제기
  • ▲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2022년 12월 열린 심판위원회 회의에서 A와 B를 추천하는 내용이 담긴 회의록.ⓒ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제공
    ▲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2022년 12월 열린 심판위원회 회의에서 A와 B를 추천하는 내용이 담긴 회의록.ⓒ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 제공
    지난 2022년 8월.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한 축구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여자 심판 3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문 위윈장은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심판위원장으로 첫 번째 임기를 마친 후 지금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4기의 새로운 집행부로 합류했다. 

    여자 심판과 '대회 중' 술자리 사건은 첫 번째 임기 때 일어난 일이다. 대회 중 음주는 즉각적인 철수 및 징계를 받는 것이 규정이다. 그러나 심판위원장과 함께 술을 마신 여자 심판 A, B, C 그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문 위원장 역시 징계를 피했다. 

    지난 4월,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뉴데일리'에 문 위원장은 여자 심판들과 대회 중 술을 마신 것을 시인했다. 

    "술 먹은 건 잘못이다. 대회 중에는 남성 심판이든, 여성 심판이든 술을 먹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술자리를 설명하겠다. 술을 먹기 위해서 간 자리는 아니었다. 대회를 가면 대회 관련 축구 단체와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서 심판에게 식사를 한 번씩 사준다. 이번에도 단체 회장이 여자 심판들 와서 고생하는데 고기 조금 사 먹여도 되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식당에 가 보니 축구 단체 관계자들 20여 명이 한 테이블에 있었고, 심판 테이블은 다른 쪽에 있었다. 식사하는데 회장이 맥주 한잔해도 되냐고 물었다. 참 불편했다. 못한다고 해야 했는데, 내가 (여자 심판들에게) 마실 줄 알면 한잔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시게 된 거다. 나는 어느 정도 있다가 나왔다. 나중에 보니 내가 여자 심판들과 (따로) 술을 먹었다고 돼버린 거다. 내가 잘못했다. 공교롭게 내 처신이 그렇게 돼버렸다. 이유가 어쨌든, 여자 심판들과 동석에 있는 자리가 돼버렸다. 내가 잘못한 거다. 술을 많이 먹은 게 아니다. 내가 (술을 먹으라고) 말했고, 몇 잔 그렇게 먹었다. (징계를) 받으면 내가 받아야지, 내가 잘못한 거다. 술을 많이 먹고, 적게 먹고는 이유가 되지 않겠지만, 내가 잘못한 거다. 내가 거기서 '안 됩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참 자리라는 게. 그다음부터 반성을 많이 했다. 내 잘못이다. 내가 지시를 한 책임이 있다. 내일 시합이 있으면 그 친구들도 안 먹었으면 더 좋았다. 그들이 마셨으니 내 탓이다."

    내 탓이라면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심판위원장. 그리고 대회 중 술을 먹었지만, 징계를 피한 여자 심판 3인. '5개월' 후 3명 중 A와 B 2명은 '승격' 심판이 됐다. 

    징계는커녕 K4리그(4부리그)에서 K리그2(2부리그)로 한 번에 '2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적 승격 심판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례적인 승격이다. 최근 5년 동안 K리그에서 2단계를 뛰어 승격한 심판은 단 2명이다. 그 주인공이 A와 B다. 이런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A와 B가 '특혜 논란'에 휩싸인 이유다. 특히 A는 K리그2에서 황당한 경기 진행과 판정으로 더욱 큰 의혹을 받았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이 의혹을 파헤쳤다. 문 위원장은 심판위원장으로 이례적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의원은 "2022년 심판을 승격 시키는데 일반적으로 K4에서 K3를 거쳐 K리그2로 간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K4에서 K3를 건너뛰고 K리그2로 승격했다. 단 한 차례 그렇게 했다. 여자 심판 2명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있다. 2023년도에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우리 국제심판 2명이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또 "회의록을 보니까 문진희 위원장의 독주다. 답정너 형식이다. 여자 심판을 올리기 위해 별도 편성, 별도 교육, 별도 체력 측정, 아예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특히 여성 대상자는 이름까지 바로 제시해 버린다. 이때 승급된 여성 심판이 이례적으로 배정을 많이 받았다. 2025년 배정이 두 배 가까이 된다. 차이는 그전에는 심판위원장이 다른 분이었고, 2025년에는 증인이 심판위원장이라는 것이다. 이러니까 여러 가지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국정감사에서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에게 특혜 의혹에 관한 질의를 했다.ⓒ국회방송 화면 캡처
    ▲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국정감사에서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에게 특혜 의혹에 관한 질의를 했다.ⓒ국회방송 화면 캡처
    '뉴데일리'가 문 위원장이 독주를 펼쳤다는 회의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을 보면 문 위원장이 특정 여자 심판 대상자의 이름을 바로 제시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 위원장은 A와 B를 추천했다. 

    "K리그에서 체력 측정에 추천할 여성 주심은 누구인가?"라는 논의가 시작되자 바로 문 위원장은 "현재로서 여성 국제심판 중 남자 리그에서 활동하면서 체력 측정 통과 가능성 있는 심판을 모두 경쟁시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 A, B 심판을 프로 체력 측정 때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추가 질문 없이 종결됐다. 문 위원장은 "해당 안건은 지금 정해진 인원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문 위원장과 A, B가 함께한 대회 중 음주 사태가 벌어진 시기는 2022년 8월. 문 위원장이 A와 B를 추천한 심판위원회 회의는 2022년 12월에 열렸다. 

    그리고 1달 후인 2023년 1월. 대한축구협회는 2023년 K리그1·K리그2·K3리그·K4리그까지 심판 명단을 발표했고, 심판위원장과 함께 술을 마시고 징계를 피한 A와 B는 2계단 승격에 성공하며 K리그2 심판이 됐다. 5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다. 

    김 의원은 질의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일부에서는 심판위원장이 여성 심판 중 어떤 분과 사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문 위원장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사적인 대화 제보가 왔다. '내가 다 해줄게'라고 했다. 심판위원장과 심판의 대화라고 볼 수 없는 워딩, 그런 대화가 나온다. '내가 다 해줄게'라고 했는데, 뭘 다해준다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문 위원장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바로 김 의원은 "이런 대화가 오가는 심판위원장과 심판의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아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 내용에 거론되는 여자 심판은 A다. A가 문 위원장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다. 

    이런 상황과 과정, 의혹에 대해 김 의원은 "대회 기간에 음주로 인해 논란이 된 심판들을 징계는커녕 매우 이례적으로 2단계를 건너뛴 승급을 했다. 심판계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그들만의 카르텔이 형성되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오심으로 인해 얼룩진 K리그를 정상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