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장, 국감서 "李 5개 재판 및 12개 혐의 모두 무죄""'4년 중임제' 개헌시 李 연임, 국민 결단할 문제" 발언도조원철, 李와 연수원 18기 동기…'대장동 사건' 변호국힘 "공직자로서 최소한 중립 의지도 없어"…탄핵 추진 법조계 "李 호위 무사 출신 공직자 '보은 인사' 후폭풍"
  • ▲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변호사' 출신인 조원철 법제처장의 국회 국정감사 발언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조 처장은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 형사 재판을 두고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헌으로 4년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이 대통령부터 적용하는 문제는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발언을 "이해 충돌의 전형"이라며 조 처장에 대해 고발 및 탄핵소추안 발의 등으로 대처하겠다고 나섰다.

    법조계에서도 "법 해석을 왜곡해 기관의 중립성·객관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 ▲ 제 80차 유엔(UN)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 제 80차 유엔(UN) 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 조원철, 국감서 "李 형사사건 무죄" "연임제 개헌, 李에도 적용" 발언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처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가장 대표적인 대장동 사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변호인단을 했기 때문에 잘 안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범죄 5개 사건에 연루되고 12개 혐의 있는 대통령이, 그런 대통령이 세상이 어디 있느냐"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또 "유례가 없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례가 없는 것이 아니고 무고한 대통령을 그렇게 검찰 권한 남용해서 기소한 우리나라 검찰의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국감에선 조 처장의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답변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조 처장은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내더라도 이 대통령은 연임을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헌법에 따르면 그렇다"면서도 "법제처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원님이 말씀하신 그 점에 대해서는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까지 나서 조 처장의 답변에 대해 "애매하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서 새로운 논란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며 조 처장 발언을 지적했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野 즉각 반발 … "사퇴 촉구, 탄핵안 발의로 대처"

    조 처장의 이같은 발언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조 처장이 공적 자리에서 대통령의 무죄를 전제한 채 검찰 수사를 비난하면서 법제처를 대통령 개인을 위한 변호사 사무실로 전락시켰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또 "헌법이 명확히 규정한 '대통령의 연임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답하며 헌정 질서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날 기자들과 만나 "법제처장을 하루빨리 그만두고 대통령 곁에 가서 변호사 역할을 하면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이제 나라를 망치고 있다"면서 "나라 전체가 '이재명 로펌'의 분점처럼 보인다. 국민 세금이 사실상 대통령의 변호사비로 쓰이고 있다"며 변호인 출신 공직자들의 일괄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검찰을 '정권의 흥신소'로 사유화했던 공범으로서 법치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조 처장의 발언을 트집 잡는 이유는 본인들이 다시 집권하더라도 과거처럼 사법권을 사냥개로 부리며 특권을 누릴 수 없게 될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향한 사법개혁에 발목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맞섰다.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보은 인사 후폭풍 시작 … 국가기관 객관성 무너질 것"

    조 처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1989년 대구지법을 시작으로 26년간 판사 생활을 한 뒤 201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개업 후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 재판에서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2022년 대선 당시에는 '전국 변호사 및 법학 교수 1000인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7월 차관급 정무직인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법제처는 정부 입법 전반을 총괄하고, 행정입법과 법령 심사, 법령 해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법무부 소속 차관급 정무직인 법제처장은 이해 충돌을 조정하는 유권해석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로 평가된다. 

    법조계에선 조 처장의 국감 발언을 두고 "적절치 못한 처사"란 지적이 나온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법 해석을 왜곡하기 위한 전형적인 행태"라며 "이재명 정부 들어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호위무사 노릇을 했던 인사들이 기관장 자리를 꿰찰 때부터 예정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유권해석 권한을 가지는 법제처장이 사실상 국감에서 자신이 변호했던 형사 피고인을 변론한 셈"이라며 "국가 기관장들이 대통령 변호에 나서 로펌 행세를 하면 국민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두고 유무죄를 묻는 질문엔 답변을 회피했어야 했다"며 "매우 적절치 못한 처사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당선 전 5건의 재판을 받아 왔다. 법원은 ▲6월 18일 공직선거위반(고(故) 김문기·백현동 발언)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기일 ▲6월 24일 대장동 횡령·배임 사건 1심 공판기일 ▲7월 1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1심 공판준비기일 ▲7월 22일 대북 송금 제3자뇌물 사건 1심 공판준비기일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기일 미정)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는 헌법 84조를 이유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해 왔다. 지난 7월 22일 중지된 '대북 송금' 재판을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이 받던 형사재판 5건은 전부 무기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