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부하 진술 회유…수사 방해 반복"경북 예천 수해 당시 순직한 채상병 지휘안전장비 미지급·무리한 수색 지시 혐의
  •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왼쪽) 및 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 ⓒ정혜영 기자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왼쪽) 및 정민영 순직해병 특별검사보. ⓒ정혜영 기자
    해병대원 순직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속 심사가 오는 23일 열린다. 임 전 사단장은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이 수사하는 이른바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와 '혐의자 제외' 등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고리에 연루된 핵심 인물이다.

    특검팀은 21일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대대장에 대해서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상태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 상병의 상급 부대장이었다.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호우피해 당시 복구 작전 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됐음에도 원소속 부대장으로서 지원하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혐의도 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8월 특검에 출석해 "당시 사단장으로서 책임은 통감하지만 작전통제권이 없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역으로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가 있다고 봤다. 

    임 전 사단장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이끌던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혐의자에서 제외됐다. 

    특검팀은 여러 차례의 현장 조사와 해병대 1사단에서 근무했던 장병·지휘관 등 80여 명을 조사한 끝에 임 전 사단장의 혐의와 관련해 이전까지 밝혀지지 않은 핵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 직후부터 최근까지 부하들에 대한 진술 회유 및 수사 방해 시도가 반복돼 증거인멸과 진술 오염 우려가 크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 ▲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11포병대대장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샘빌딩에 마련된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11포병대대장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샘빌딩에 마련된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임 전 사단장은 그동안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다가 언론에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보도된 전날에서야 급히 비밀번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이 신병 확보 가능성이 제기되자 급히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7월 특검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제출하면서도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 특검팀이 이를 해제하지 못한 채 돌려준 바 있다.

    다만 특검팀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이 이미 제출한 것은 스마트폰의 이미징 파일로, 비밀번호를 안다고 해서 바로 접근이 가능한 것은 아닌 상황이다. 임 전 사단장은 영장 청구 후인 이날 오후 3시께 특검 사무실을 찾아 스마트폰 실물을 제출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과 최 전 대대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심리는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한편 같은 날 출석이 통보된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 특검에 변호인 선임 신고서를 제출하고 구치소 방문 조사를 원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특검보는 "오늘 내일 어떤 상황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출석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