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만 웃는다 … 국감서 실수요자 피해·역차별 논란 폭발이억원 "비상 조치 불가피, 생애최초·청년대출은 예외 유지"
  •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 일주일 만에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됐지만 국회에서는 “실수요자와 청년층의 내집 마련 기회를 봉쇄한 과잉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은 “서울 전역을 부동산 계엄령 수준으로 묶었다”며 정부가 시장 안정이 아닌 거래 중단 효과만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비상조치”라며 “필요시 추가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서울 전역 묶고, 외곽만 잡았다” … 규제 역풍 정점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는 ‘10·15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12개 지역이 동시에 ‘3중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노원·도봉·강북(노도강) 등 중저가 실수요 지역의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23평형 아파트 평균가가 10억5000만원인데, 현행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를 적용하면 현금 6억3000만원이 필요하다”며 “평균 가구소득 547만원 기준으로 10년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부모의 도움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현금 부자 중심 시장’으로 퇴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도 “18평에서 26평으로 이사하려던 신혼부부가 LTV 축소로 대출이 막혀 이사를 포기했다”며 “강남의 고가 오피스텔은 규제에서 빠지고, 외곽 지역만 묶이는 불공정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기관이 아니라 부동산 통제기구로 변질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30억 잠실은 되고, 4억 도봉은 안 된다” … 규제 역차별 논란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는 LTV 강화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반면, 강남·잠실의 고가 오피스텔은 비규제 지역으로 남아 있어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시장의 불신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형평성에서 비롯된다”며 “정부가 오히려 자산가에게는 길을 열고, 청년·서민에게는 벽을 세웠다”고 말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면서 풍선효과와 금융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은 줄지 않고 리스크만 저신용권으로 이동하는 구조”라며 “정책 목표인 ‘건전성 관리’가 오히려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비상상황서 불가피한 비상조치 … 생애최초·청년대출은 보호”

    이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묻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금은 부동산 시장의 불길이 번지고 있는 비상상황”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비상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6·27 대책 이후에도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이어지며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었다”며 “방치할 경우 주거 사다리가 무너질 수 있어 긴급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생애 최초 구입자금, 청년·신혼부부 대상 보금자리론·디딤돌 대출은 LTV 70% 수준을 유지했고, 한도나 금리도 건드리지 않았다”며 “이들 계층은 제도 설계 단계부터 보호 대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주거사다리 복원은 대출을 무한정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집값을 안정시켜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10·15 대책’이 단기적으로 거래 위축과 가격 조정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공급 확대 없이 금융 규제만 반복될 경우 시장 안정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억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한계와 유사하다”며 “금융 규제만으로는 수요를 제어할 뿐 공급 불균형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2021년 27차례의 대책을 내놨음에도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랐던 것도 이런 ‘대출 중심 통제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출 한도를 계속 낮추면 실수요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LTV·DSR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유세 등 세제 조정과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시장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올려 매물을 유도하고,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은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