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과거사 반성 초석인 '무라야마 담화' 발표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위한 '아시아 여성기금'도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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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전후 50년 담화('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950815 교도=연합뉴스. ⓒ연합뉴스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를 처음으로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NHK와 교도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사망했다.그는 총리 재임 중이던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내놨다.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과거 식민지 지배를 '침략'으로 언급하며 기존보다 진일보한 사과와 역사 인식을 내비쳤다는 평가를 받은 담화다.무라야마 전 총리는 당시 "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다"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여러분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밝혔다.이어 "미래에 잘못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의심할 여지도 없는 이 같은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역사로 인한 내외의 모든 희생자 여러분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그는 담화 발표 직전인 그해 7월에는 종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아시아 여성기금)'을 발족했다.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아시아 여성기금의 이사장을 맡았다.1924년 오이타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무라야마 전 총리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 활동을 거쳐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 후보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사회당을 이끌던 1994년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 내각이 출범하며 제81대 총리에 올랐다.사회당 출신 총리로는 1947년 카타야마 테츠시 이후 47년 만이자 역대 2번째였다.그는 총리 취임 후 미·일 안전보장 체제를 견지한다고 발언하면서 사회당의 기본 정책 전환을 도모했고, 전후 50년을 맞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서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다.약 1년 6개월 뒤 총리직을 사임한 그는 사회당(사민당으로 변경) 위원장을 다시 맡기도 하고, 1999년에는 초당파 방문단 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그러다가 2000년 정계를 은퇴했다. 말년에는 주 3회 '데이케어(일본의 노인 이용시설)'에 다니는 등 소탈한 삶을 살았다.지난해에는 100세 생일을 맞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신선같이 길고 인상적인 눈썹이 여전했다.그는 100세 생일을 앞두고 발표한 메시지에서 "일본이 계속 평화로운 나라이길 기원한다"며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사는 것, 하루하루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장수 비결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