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사회 분야 공동 대응 … 당국간 정례 협의 추진외교당국 총괄·부처별 협력 … 정책 경험·전문가 공유李 "안보 문제, 정서적 교감 함께하는 관계 되길"
  •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한일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한일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 공통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협의체 운용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8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협의체의 본격 가동을 알린 것으로, 한일 협력이 전통적 안보·경제 현안을 넘어 사회 문제로까지 범위를 넓힌 첫 사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오후 4시 49분부터 6시 5분까지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발표문을 통해 협의체 운용 방안을 발표했다.

    양국은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발전, 농업, 방재, 자살대책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각 분야를 소관하는 한일 양 정부의 관계 부처가 주도해 당국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해당 관계부처는 각 당국간 협의를 통해 얻은 시사점을 서로의 정책 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각자의 정책 경험과 성공사례 등을 공유하고 필요시 전문가 등의 식견도 활용해 의견을 교환한다는 방침이다.

    양국은 외교당국 간 양자 협의 기회를 활용해 협의체 전반을 총괄하기 위한 협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대통령실은 "이들 당국간 협의체를 통해 각 분야에서 양국 관계자 간 의사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한일 간 공통 사회 문제에 관한 다층적인 연계와 협력 강화를 위해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의 이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만 서로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셔틀외교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지만 제가 취임 100일 만에 무려 총리님을 3번씩이나 만났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지난 6월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처음 만났고, 8월 23일에는 이 대통령이 일본 도쿄를 방문해 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특히 정말 음식을 잘 준비해주셨는데 그중에 '이시바 카레'가 최고였다"면서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준비한 만찬 메뉴를 언급하자, 통역을 들은 일본 측에서 잔잔한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이어 이시바 총리를 향해 "제가 총리님께 다음 셔틀외교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가급적이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뵙자고 말씀드렸는데, 역시 총리님께서 지방 상생에 특별히, 지역발전에 특별히 관심 있는 분이어서 그랬겠지만, 흔쾌히 이 부산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도록 동의해 주신 데 대해서 각별히 의미를 부여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총리께서 각별히 지역 균형 발전, 지방 발전에 관심이 높은데 그 점은 저와 너무나 똑 닮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이 거리만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안보상으로나 정말로 가까워지길 바란다"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부터 경제 문제를 넘어서 안보 문제, 더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그런 아주 가까운 한일 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부산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한 곳이기도 하다. 조선통신사의 상징은 활발한 인적 교류의 힘이다. 양국이 엄중한 환경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도록 실천해 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의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오늘 발표할 문서에 따라서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농수산물의 낮은 자급률,  에너지의 낮은 자급률 등 공통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지혜와 경험 공유하면서 양국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위원회도 재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카레라이스에 대해 칭찬해주셨는데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자리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 ▲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가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의인 고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가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의인 고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총리는 현직 총리 신분으로 양국 우호의 상징적 인물인 '의인'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이수현 님은 (2001년 1월) 일본 도쿄의 한 역에서 위협을 무릅쓰고 일본인을 구하려다가 희생되신 분인데 그 뒤로 24년이 됐다. 이렇게 남을 위해서 본인의 생명을,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과 끝도 없는 이수현 님의 사랑에 대해 저희가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 달 4일 자민당이 새 총재를 선출하고 이어 국회에서 신임 총리가 지명되면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