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조희대 청문회' 개최안 기습 의결국민주권 내세워 '사법부 길들이기' 넘어 '사법부 학살'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 야기
  • ▲ 조희대 대법원장.ⓒ서성진 뉴데일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서성진 뉴데일리 기자
    정치가 이래도 되는 것일까. 최근 여권에서 제기된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의 회동설을 둘러싼 논란은 현시점 기준으로 구체적 증거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유튜브발 '지라시'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급기야 이를 빌미로 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부르겠다며 여당은 '조희대 청문회' 개최안을 기습 의결했다. 무엇보다 이날 출석시킬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오경미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 대법관, 박영재 대법관 등과 함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귀연 부장판사 등도 포함됐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최정점에 위치한 인물로,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불거진 대법원장 사퇴 논란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권력 집중과 장기집권의 유혹이 민주주의 근간을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정 정치세력이 국민 신뢰 회복과 개혁 명분을 앞세워 사법부를 정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대법원장 임명 과정에서 청문회는 헌법상 절차를 통한 검증 장치이지만, 임기 중 거취 논란 속에서 다시 청문회를 여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청문회가 단순한 검증 절차를 넘어 정치적 공세의 장으로 변질된다면, 사법부의 독립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독립적으로 심판하도록 보장하며, 대법원장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정치권이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에 개입하는 순간, 사법부의 독립성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임기와 직무 안정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이자 정치권이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시도로 비칠 공산이 크다. 특히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야당 반발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밀어붙이며, 오는 30일 청문회를 강행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청문회 개최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헌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할 국회가 스스로 헌정 파괴의 주체로 나서는 위험한 행위이며 정치가 사법부를 길들이는 구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실조차 조 대법원장 사퇴에 대해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삼권분립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측면에서 헌법 근본정신은 입법부가 가지고 있는 충분한 논의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동조하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국민' '국민주권'이라는 이름 아래 입법부와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논리 구조만 놓고 보면 최고권력이라는 인민주권을 구현하는 '소비에트'를 최상위에 놓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소비에트에 예속시키되 그 소비에트는 혁명적 전위(前衛) 정당이 좌지우지했던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국민주권을 앞세워 '사법부 길들이기'를 넘어서 '사법부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태인 학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단순한 기관 위기가 아니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다. 사회 전반의 법적 안정성이 약화되고 사법부 내부 혼란과 사회적 불신 확산으로 이어진다.

    정치는 책임과 무게 위에서 굴러가야 하는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기댄 정치는 결국 불신과 냉소만 키울 뿐이다. 집권 여당이 유튜브발 소문에 휘둘리며 공세를 이어가고 국민이 사법부를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바라보는 순간, 마지막 심판대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