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9·9절 연설에서 '핵보유국 지위' 주장'北 비핵화' 협상 대신 美와 군축 협상 의도"사회주의는 공화국 존립과 무궁한 발전 초석"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9일 공화국 창건(정권 수립) 77주년을 맞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d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9일 공화국 창건(정권 수립) 77주년을 맞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d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은 정권 수립 77주년(9·9절)을 맞은 지난 9일 '핵보유국'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굳히겠다고 재차 선언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등 숙원을 관철하기 위한 미국과의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핵무력 강화를 기정사실화하며 체제 결속과 대미 협상력 제고를 동시에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서 이 같이 연설했다.

    김정은은 "새 조선의 창건이 선포된 그날로부터 시작된 77년간의 강국 건설 위업은 지금 우리 국가가 획득한 비상한 지위로써 긍지 높이 총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써도 우리 국가의 절대적 지위와 안전을 다칠 수 없으며,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융성시대의 거세찬 흐름은 그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비상한 지위'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2022년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전술핵 운용 훈련을 이어가며 '핵보유국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해 왔다.

    김정은은 또 "사회주의, 그 길이 유일무이한 정로"라며 "자기 조국의 운명을 외부의 그 어떤 선택에도 내맡기지 않을 강력한 정치체제와 강건한 국력을 건설할 수 있었고, 오늘과 같은 영광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주의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조선의 상징이며 공화국의 영구한 존립과 무궁한 융성 발전의 초석이고 무진한 동력"이라며 사회주의 체제의 정당성과 '자력갱생 노선'을 강조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해외 군사작전에 투입된 우리 군대의 장령, 군관, 병사들에게도 뜨거운 전투적 경례를 보낸다"며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을 언급했다.

    행사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등 당·정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정은은 간부들과 함께 인민군 명예위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국기 게양식을 마친 뒤 창건 77주년 기념선서를 했다. 이들은 빨간 머플러를 손에 쥐고 선서하며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에 대한 충성을 표했다.

    김정은은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노력혁신자(산업현장의 모범 근로자)들을 위한 연회에도 참석해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는 박태성·최룡해·조용원 등 간부들만 참석하고 김정은은 불참했다.

    북한 주민들은 이날 평양 만수대언덕을 비롯해 대성산혁명열사릉, 신미리애국열사릉,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와 전국 각지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을 표했다.

    북한의 4대 국가 명절인 만큼 평양 빙상관에서는 경축 공연이, 개선문광장에서는 여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의 무도회가 열리는 등 대규모 축하 행사 이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베네수엘라, 팔레스타인, 몽골 정상과 스웨덴 국왕 등도 김정은 앞으로 축전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