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집어 치워!동맹의 현대화는 태평양 방어 참여엉거주춤, 애매모호, 이중플레이?이젠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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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현대화》■ 관세=연속적(sequential) vs 동맹=이산적(discrete)관세협상이 타결됐다고 한다.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되어야 진짜 타결이다.25일로 잡힌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와야 타결이라고 할 수 있다.게다가 관세문제와는 별개로, 한미 간 진짜 교섭이 기다리고 있다.①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 규모②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③ 태평양 방어를 위한 한국군의 역할 논의 등이다.관세율, 투자규모 등은《연속적》이다.《조금 더 쓸 수도 덜 쓸 수도》있다.하지만《미군 주도 태평양 방어를 위해 한국군이 기여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엔《예 / 아니오》 대답 밖에 없다.《이산적(離散的)》이다.중간이 없다.■ 브런슨, 도쿄-마닐라 이미 Yes 상태 강조 … 우리는?최근《동맹의 현대화》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주한미군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Brunson)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은 병력과 장비를 필요한 곳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언급했다.미국 입장에서《전략적 유연성》은 당연하다.생각해보라.《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질 당시엔 러시아가 아니라 소련이었다.소련은 해체된지 오래고 세계 정세도 완전히 변했다.동아시아도 마찬가지다.그에 따라 미국의 전략 기조도 바뀔 수밖에 없다.태평양을 위협하는 건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다.태평양은 미국의 뒷바다, 대서양은 미국의 앞바다다.바다를 포함하면 미국의 세력권은 휠씬 더 넓어진다.바다의 전략적 가치는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다.브런슨 사령관의 “도쿄와 서울과 마닐라를 연결하는 삼각형을 그린다면 세계 무역의 52%는 그 지역을 통과한다”라는 발언이 그 전략적 가치를 웅변해준다.그뿐인가.한국 해상무역의 90% 이상이 대만해협을 지나간다.싱가폴에서 한국 일본을 자로 긋는 직선 교역로가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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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8월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다. 브런슨 미 육군대장은 “주한 미군 내 변화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역량”이라고 했다. ⓒ 주한미군 사령부
■ 태평양 방위선 안이냐, 북중러 진영 내냐, 중간은 없다지난 대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그나마 교섭력을 쥔 배경은 바로 한국의 조선업 역량이었다.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다.선진국에서 노동집약산업은 대부분 사양산업이다.조선업 철강업 그리고 자동차 산업까지다.그러한 사양산업들이 실은 국방산업과 무관치 않다.세계가 왜 보호주의 시대를 맞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동맹의 현대화》의 초점은《전략적 유연성》이다.더 넓은 시각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략기조에 기여할 수 있느냐다.신뢰다.보다 직설적으로, 한국은 미국 주도 태평양 방어선에 들어가는지, 아님 북중러로 들어가는지 하나를 찍어보라는 거다.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다.■ 애매모호 고집? 미북 통로 생겨 낙동강 오리알될 것!■ 중국 속국화로 미국과 맞서겠다는게 본심인가?과거 애치슨 라인을 떠올리면 쉽다.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속내를 감추는 경향이 있다.《전략적 모호성》, 그 의뭉스러움이 나름대로의 생존술일 수도 있다.《게임이론》에서《전략적 모호성》이란 혼합전략을 뜻한다.어느 하나를 확실히 찍지 않는다.일정한 빈도(frequency)를 정해놓고《랜덤(random)》하게 이쪽 저쪽 번갈아 찍는다.속내를 철저히 감추는 게 핵심이다.야구 경기 중 투수의 볼 배합에서 혼합전략이 관찰된다.중계 방송을 보면, 직구 커터 싱커 슬라이더 커브 등 그 투수가 주로 던지는 볼의 빈도가 나온다.그게 혼합전략이다.도박에선 그러한 혼합전략이 유리함을 준다.하지만 외교는 아니다.속내를 감추고 이편 저편 오락가락 하면, 신뢰를 잃게 된다.미국 사회는 한국에 애뜻한 정서가 있다.한국전쟁 때 미국 젊은이들 36,574명이 희생됐고, 약 103,284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백만명 이상이 한국을 다녀갔다.몇 집 건너 한 집은 피붙이 한명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고 한다.반면 한국의 캐릭터는《보따리》다.물에 빠진 한국인을 도와줘보라.보따리 를 감췄다고 의심받을 것이다. -
- ▲ 미국 해군성 존 필린 장관(오른쪽 첫 번째)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한화오션
■ 이중첩자 노릇 하면 결국 파멸미국은 보따리 를 감출 유인이 없다.하지만 한국은 동맹국 미국을 상대로 줄기차게《보따리》를 찾는다.비동맹국의 심기를 살피고, 그들 입맛에 맞춰 미국을 난감케 하는 게 바로《보따리 외교》의 실체다.비동맹국 독재국에겐 매우 공손한 반면, 모범적 민주주의 나라 동맹국에겐 지나치게 까다롭다.동맹국에게서 보따리를 꾸어내 비동맹국에 조공으로 바치는 격이다.문제는 신뢰다.요구하는 돈 액수에 중간은 있다.하지만 니 편 내 편 나뉘는 동맹 관계에 중간은 없다.중간은 자칫《더블 에이전트》오해를 살 수 있다.적보다 더 위험한 게《더블 에이전트》다.실리를 얻기 위해선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한국은《전략적 유연성》을《전략적 모호성》으로 착각해선 안된다.그래서 외교가 어렵다.
- ▲ 일본과 필리핀은 이미 미국과 태평양 방위에 손을 잡았다. 세계무역 52% 삼각형의 한 축인 대한민국만 참여를 뭉개고 있다. 바로 이 점을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간접화법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 인포그래픽 = 황유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