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무역협상서 7500억달러 에너지 구매 약속한 EU"숫자는 거창하지만 현실성 떨어져"민간 기업 주도의 시장 구조…목표 달성 난항 예상전문가들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봐야"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7500억달러(약 1038조3750억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의 에너지 협정은 미국과 EU가 맺은 무역합의 핵심 조항 중 하나지만, 전문가들은 상징적인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조항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 구조 전반을 재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양측은 미국이 EU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무역 합의를 타결했다.

    합의에 따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3년간 EU가 매년 2500억달러(약 346조원)의 미국산 원유, 천연가스, 원자력 연료를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실행하려면 EU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 측에도 대규모 수출 확대가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 역량을 넘어선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에너지 수출입은 대부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이들이 시장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를 우선시할지도 불확실하다.

    ING은행의 워런 패터슨 상품 전략 책임자는 "숫자는 거창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며 "사실상 전 세계 에너지 무역을 전환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EU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의 위험성을 절감하며,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는 여러 국가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 중이다.

    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는 총 3760억유로(약606조7000억원) 규모의 원유, 천연가스, 석탄을 수입했다. 이중 약 650억유로(약 104조8800억원) 상당이 미국산이다.

    시장조사업체 가브칼이 현재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능력을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EU가 미국의 원유 및 LNG 수출 전량을 구매하더라도 연간 수입 가치는 1410억달러(약 196조18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또 EU의 에너지 수입은 대부분 민간 기업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들에 특정 공급처를 강제하기 어렵다.

    다수의 기업이 이미 노르웨이, 카타르,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위해 기존 계약들을 파기할 경우 막대한 위약금과 소송 위험이 따른다.

    아울러 미국의 LNG 수출 터미널은 현재 대부분 풀가동 중이다. 유럽도 미국산 에너지를 처리할 인프라가 부족해 양측 모두 대규모 에너지를 사고팔 역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 가격 변동도 주요 변수다. 앞으로 몇 년간 글로벌 가스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어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LNG 가격이 떨어지면 미국산 에너지 수입 가치는 감소하고 7500억달러 수출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