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보고서 공개 여부 놓고 논란 확산사회권 앞세워 자유권 침해 논란 제기공산주의권 인권 담론 닮아간다는 지적"자유권 배제하면 인권 보장 어렵다""北 인권, 투명한 공개가 변화 이끌어"
  •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민석 신임 총리와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민석 신임 총리와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정부는 전임 윤석열 정부가 최초로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를 다시 비공개로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인권 접근법은 공산·사회주의권 인권 담론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북한, 중국, 베트남, 쿠바 등은 오랜 기간 인권 담론에서 경제·사회적 권리(생존권, 교육·의료 등 사회권)를 강조하면서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참여와 같은 시민·정치적 권리(자유권)의 제한을 정당화해 왔다.

    그러나 1993년 비엔나 선언이 "모든 인권은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과 상호 관련성을 갖는다"고 천명했듯, 사회권만 충족되고 자유권이 결여되면 진정한 인권으로 볼 수 없다. 자유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부가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사회권이 실제로 보장되는지 진실성과 이행 여부를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이 조직적이면서 광범위한 반인도 범죄를 자행했다고 결론짓고,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 공정한 재판 등 거의 모든 자유권이 체계적으로 부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제인권단체들도 북한을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규정, 북한의 사회권 주장을 거짓된 선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권변호사' 이재명의 자유권 외면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6일 "올해 북한인권보고서의 공개 발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보고서 초안이 나와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내부 검토를 하고 있고, 외부 감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태세 전환 배경은 지난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인권에 대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대해 "사실 매우 복잡하다. 대한민국 국내의 인권 문제도 잘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인도적 지원이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과거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서 강조해 온 정체성과 모순된다는 평가를 낳았다. 이 대통령은 2006년, 2008년, 2010년, 2014년, 2018년 선거 공보물 등에서 여러 차례 스스로를 '인권변호사'로 지칭하며 인권변호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해 왔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한 2006년 공약집 경력란에 '성남 인권변호사' 출신,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거리연설에서도 "인권변호사로서 약자의 편에 선 정의를 실천해왔다"라고 강조했다.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한 2014년 공보물에는 "인권변호사 이재명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 2021~2022년 제20대 대선 과정에서는 "제가 인권변호사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인권변호사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인권 담론은 북한 인권의 자유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데 소극적이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들 정부는 남북 화해 분위기 유지를 이유로 북한의 자유권 문제는 주로 간접적으로 다뤘고, 2006년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도 '남북관계 특수성'을 이유로 기권하는 등 북한 자유권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회피해 왔다.
  • ▲ 이재명 대통령의 2006년 성남시장 후보 시절 선거 공보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이재명 대통령의 2006년 성남시장 후보 시절 선거 공보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北 당국의 '우리식 인권' … 기반은 마르크스-레닌주의적 국가관

    북한 당국은 인권 문제를 다룰 때 서구식 '개인 중심 인권'을 거부하고 '우리식 인권' 개념을 내세워 왔다. 북한은 헌법상으로 언론·집회·신앙의 자유 등을 명목상 보장하지만 동시에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자유권을 국가 권력의 통제 아래 두고 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995년 '참다운 인권을 옹호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해 "사회주의 인권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적대분자들과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순분자들에게까지 자유와 권리를 주는 초계급적 인권이 아니다"라고 천명했다. 즉, 북한 체제를 반대하는 개인에게는 자유권을 부여하지 않고, 인권도 계급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북한은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등 자유권 가치를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부르주아적 도구'로 폄하하고, 식량·주택·의료 등 기본 생활 보장을 진정한 인권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북한의 사회권 성과는 자유권이 보장되지 않아 외부 독립적 검증이 어렵다는 근본적인 모순이 있다. 실제로 만성적인 식량난과 의료 물자 부족으로 주민들의 생존권마저 심각히 침해되고 있다는 탈북자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공산·사회주의 국가 인권 담론의 핵심은 사회주의 체제가 경제적 평등과 기본 생활 보장을 달성해야 인권이 실현된다는 '집단적 복지 우선' 논리이며, 그 철학적 기반은 마르크스·레닌주의적 국가관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국가를 계급투쟁의 도구로 간주하고,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가 집단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정당한 권위라고 본다. 이 관점에서 국가는 경제·사회적 복지(사회권)를 제공함으로써 인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주체이며, 이를 방해하는 개인의 자유권(정치적 반대, 표현의 자유 등)은 국가의 집단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제한하거나 억압할 수 있다고 정당화한다.

    즉, 마르크스-레닌주의적 국가관이 철학·이념적 기초가 되고, 이로부터 집단적 복지 우선 논리가 도출돼 개인의 자유권 제한을 정당화하는 논리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일찍이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 간 인권 논쟁에서 사회권과 자유권의 위계화를 시도했다. 구 소련 등 사회주의 진영은 '굶주린 자에게 투표권보다 빵이 중요하다'는 구호로 생존권을 최우선 인권으로 내세웠고,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발전의 권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천명했고, 2021년 유엔에서 "인권의 핵심은 민생 개선이고, 인권 발전 경로는 나라마다 달라야 한다"면서 개발권을 강조했다. 베트남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기본 인권"이라고 언급해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를 인권 달성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담론에서는 정치적 자유는 배부른 후에 가능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즉, 사회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일정 정도 자유권 제약은 불가피하거나 정당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천명한 바와 같이 인권은 보편적이고 상호의존적이므로 어느 한쪽 권리를 다른 권리 실현의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충돌한다. 이러한 국제 기준에서 볼 때 공산주의 국가들의 사회권 우선 논리는 인권의 분리 가능성과 종속 개념을 주장하는 이념적 특수성으로 평가된다.

    ◆공산·사회주의 국가들의 집단·계급적 인권관

    공산주의 국가들의 인권 담론의 핵심은 경제적 평등과 사회적 권리(사회권)를 인권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개인의 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집단주의적 인권관'이다. 이는 국가를 계급투쟁의 도구로 여기는 마르크스-레닌주의적 국가관에 근거한다. 북한, 중국, 쿠바 등은 이러한 논리를 내세워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등 자유권을 제한하고, 반대 세력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자유권은 부르주아 계급이 만든 형식적인 권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북한은 이를 "사회주의 인권은 초계급적 인권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쿠바도 혁명 반대 세력을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자유권 억압을 정당화한다.

    결국 공산·사회주의 국가들이 내세우는 사회권 우선 논리는 특정 계급과 정권의 이익을 전체 인민의 권리로 둔갑시켜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논리적 장치라는 점에서 국제적 보편 인권과 근본적으로 충돌한다.
  • ▲ 국내 언론이 공개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KBS 남북의 창, 2011년 5월 보도 방송 캡처
    ▲ 국내 언론이 공개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KBS 남북의 창, 2011년 5월 보도 방송 캡처
    ◆"사회권과 자유권은 분리 및 서열화 불가 … 보고서 공개해야"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뉴데일리에 "북한인권보고서를 다시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북한 인권에 대해 모르고 있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선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정확한 공개와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권과 자유권은 결코 분리하거나 서열화할 수 없는 상호의존적인 권리"라며 "사회권만을 강조하고 자유권을 경시하면 결국 인권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유권이 보장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경제·사회적 권리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제 명예교수는 또 "이러한 사회권 중심의 접근은 북한과의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유화적이고 소극적인 전략일 수 있지만, 지난 30년 경험에서 보듯, 북한 정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며 "사회권과 자유권을 균형 있게 다루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