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오는 20~29일 대학로극장 쿼드서 공연아사히신문 기자 기무라 히데아키 르포 모티브…오세혁 연출X황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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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관저의 100시간' 단체사진.ⓒ네버엔딩플레이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산리쿠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 이어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그때 국가권력의 중추이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처하는 컨트롤 타워였던 총리 관저 내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전대미문의 사고가 터진 그 순간, 아사히신문 기자 기무라 히데아키(57)는 가장 먼저 도쿄전력 본사에 도착해 2주간 머물렀고, 이후 후쿠시마 현장을 누볐다. 사고 발생 6개월 뒤, 그는 자신을 비롯한 언론이 '발표된 내용' 너머의 심층에 다가가지 못했음을 깨닫는다.2015년 발간된 기무라 히데아키의 책을 모티브로 새롭게 창작한 연극 '관저의 100시간'이 오는 20~2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된다. 제46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으로 황나영 작가가 집필하고, 오세혁 연출이 함께한다.책은 아사히신문 특별보도부가 기획 연재한 '프로메테우스의 덫'의 르포 기사(2012년 1월 13일~2월 6일 총 35회분)를 바탕으로 관계자의 실명 증언을 보강해 완성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직후부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대책통합본부가 세워진 15일 저녁까지의 100시간에 주목한다.원작이 분 단위로 팩트를 기록했다면 연극은 관저의 지도부, 원전의 운영사인 전력회사,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민간인들의 100시간을 동시에 보여주며 이를 논픽션 코미디로 풀어냈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가상의 피해자들을 구성해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
- ▲ 연극 '관저의 100시간' 출연진.ⓒ네버엔딩플레이
공연은 한 무대 위에 각기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의 100시간이 100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총리 관저에서는 매뉴얼 부족과 전문성 결여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1분·1초 동안 재난 현장의 가족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며, 연인과 가족은 뜻하지 않은 이별과 마주한다.'관저의 100시간'은 일본 재난을 통해 우리 사회를 성찰하게 만든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진실을 회피함으로써 정치생명을 이어나가려는 총리의 모습과 이미 피폭된 목장으로 돌아가 책임지고자 하는 쇼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보여지며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무엇보다 자연스레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의 경험이 자연재해에 기인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재였다. 대통령이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사고 발생 시각을 특정하는 것조차 논란이 될 만큼 온전히 밝혀진 게 없다.이번 공연에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온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총리' 역에 최영우, 자신의 이익만을 노리는 '경제산업성 대신' 역 김대곤, 매뉴얼에만 의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위기관리감' 역에 김늘메가 캐스팅됐다. 이들과 함께 이경미·송영미·유일한·오현서·김건호·류동휘·박완규·임찬민·이아진·류아벨·김려은이 출연한다.오세혁 연출은 "재난은 자연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그 확산은 무지와 무시, 은폐를 택하는 지도자들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 국민의 생존보다 자신의 자리와 이익을 챙기느라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민낯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결국 우리에겐 재난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와 제대로 작동하는 안전한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