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을 것도 없다" 與, 여론 압박에 특검 수용與野 전원 수사 제안 … 재가·임명 절차 최대 변수특검 수용에도 출범은 미지수 … 키는 李 대통령이
  • ▲ 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금품·로비 의혹과 관련한 특별검사 도입을 하루 만에 수용 쪽으로 선회했다. 전날까지 특검 추진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반대했지만, 여야를 모두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특검을 제안하면서 논의의 초점은 도입 여부에서 수사 범위와 주도권 문제로 이동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과 관련해 "못 받을 것도 없다"며 "국민의힘 연루자를 모두 포함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헌법 위배의 정교 유착 의혹, 불법 정치 자금 로비와 영향력 행사까지 모두 특검 대상에 포함해서 철저히 한번 밝혀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여야 추천권을 배제한 제3자 추천 특검안을 수용하며 독립적 수사를 강조해 왔다. 정치적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반면 민주당은 기존 수사로 충분하다며 특검 추진을 거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특검 요구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방어 논리를 앞세웠다.

    그러나 특검 반대 기조가 이어질수록 민주당이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통일교 의혹이 여야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특검을 계속 거부하면 '방탄 프레임'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민주당의 태세 전환은 이러한 부담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을 수용하되 수사 대상을 여야 전반으로 넓혀 논의의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있다. 특검의 초점을 특정 정당이나 세력에 맞춘 수사에서 정치권 전반을 들여다보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주도해 온 '제3자 추천 특검 프레임'에 그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러한 태세 전환은 민주당의 과거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과거 여러 정치적 의혹 국면에서 특검 도입을 적극 요구해 왔다.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당시에도 기존 수사만으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국면에서도 정권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민주당은 수사 주체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일관된 명분으로 내세웠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민주당의 입장은 분명했다.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사안이라 하더라도 의혹이 남아 있다면 특검을 통해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기존 수사로 충분하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척됐다.

    이번 통일교 의혹 국면에서 민주당이 특검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며 반대해 온 점은 이러한 과거 논리와 충돌했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이러한 모순을 일정 부분 해소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특검 자체를 수용함으로써 민주당이 스스로 설정한 원칙과의 괴리를 줄이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의 수용이 곧바로 특검 출범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수용 의사를 밝힌 특검은 현재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추진 중인 안이지만, 실제 임명 절차에서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특검 임명은 결국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야권이 추천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야권 추천 경로가 대법원이나 법관회의 등 사법부 몫으로 설계돼 있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당정이 이 절차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특검 추천과 임명 과정에서의 절차적 논쟁, 청와대 이전 문제 등으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특검 출범까지 최소 수 주에서 한 달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수사는 상당 기간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절차적 변수를 고려할 때 특검 논의가 지방선거 국면까지 이어져 쟁점이 희석될 여지도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특검 수용은 책임을 대통령에게 넘기는 방식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거론된다. 국회 단계에서는 특검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취하되, 최종 임명과 속도 조절의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가면서 실제 출범 여부와 시점은 대통령실 판단에 달리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막판 결정의 부담은 대통령이 떠안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야권은 민주당의 수용 선언을 환영하면서도 조건부 수용이 특검의 실효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지금이라도 만시지탄이지만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민주당의 부패 정치인이 실제로 수사받을 수 있는 특검이 돼야지, 지연 전술로 물타기하는 특검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 통과시켜야 하는 특검은 원안 그대로, 원안에 가까운 특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